13. 500원짜리 동전만큼만~

by 운촌

500원짜리 동전만큼만~


오늘은 초등 검정고시반 수업이다.

역시나 우리 어머니들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학선 어머니가 안 보인다. 공부를 그만두시려나? 손주 보느라 못 나오시나?


언제나 반가운 소영 어머니, 미정 어머니, 영주 어머니가 날 반겨주신다. 그런데 어제 5층 중등반에서 만나 수업했던 제연 어머니가 다시 내려와 계신다. 오래전에 초등 검정고시에 합격하고도 계속 초등반에 남아계시는 학생이다. 교장선생님이 억지로 중등반으로 올려 보낸 것 같은데 다시 4층 초등반으로 내려오셨다.


“영어도 수학도 암것도 못 알아듣는데...중학교 반에 있기 싫어.

중학교 졸업장을 딸 것도 아닌데 어려워서 싫어.

글씨도 너무 많고......”


중등반에서의 수업이 어떨지 충분히 이해된다. 알아듣지 못하는 내용을 들으며 이해도 못하고 3시간 가까이 앉아 있는 것은 고역일 게다. 초등학교 검정고시 시험은 평균 점수로 어찌어찌하여 통과했지만 그분들에게 중학교 과정의 교과 내용은 너무 점핑이다. 구구단도 잘 외우지 못하고 수학도 과학도 구멍이 너무 많다.


오늘 과학 시간에는 용해, 용액, 농도 등을 공부했다.

과학 용어가 문제다. 평소 생활하며 쓰지 않는 새로운 용어들을 익히는 게 쉽지 않다.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열심히 외운 것 같은데 잠시 쉬는 시간에 화장실 다녀오면 까먹는다. 아니, 가려고 일어서면 까먹는다. 어쩌랴... 또 외운다.


‘용매’인 물에 ‘용질’인 소금이 녹으면 소금물 ‘용액’이 됩니다. ‘녹는다’는 것이 ‘용해된다’입니다.


소금을 몇 번을 녹이며 설명한다. 설탕도 녹이고 커피 가루도 녹이며 반복하여 설명한다.

살아오면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소금을 녹여 장을 담그고, 배추를 절여 김치를 담그셨다. 된장국, 미역국, 콩나물국의 간을 귀신같이 맛있게 맞추었을 어르신들이 용매, 용질, 용액, 농도 같은 낯선 단어 앞에서 작아지신다.


농도를 설명하며 간장 담글 때 소금물의 진한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달걀을 띄워보신 경험을 여쭤보았다. 끙끙거리며 농도를 쓰시던 소영 어머니가 큰 소리로 외치신다.


“500원짜리 동전만큼!!”


“네? 500원짜리 동전은 왜요?”


“소금을 풀고 달걀을 띄웠을 때 500원짜리 동전만큼 딱! 떠올라야 적당한 거예요.”


교실은 또 한바탕 장 담그는 얘기로 떠들썩해진다.


용액 때문에 기죽었던 어머니들이 다시 간장 담그는 선수가 되어 목소리가 커진다.


참 귀여우시다.


그래요...... 저는 용액, 용매, 용질과 농도라는 단어를 알아도,

퍼센트 농도를 계산할 수는 있어도,

적당한 농도의 소금물에 메주를 담가 간장을 담글 줄은 몰라요.

적당하게 간이 맞는 김장을 담글 줄도 모르고요......


우리 어머니들의 저 귀한 손 덕에 자식들이 그동안 맛있는 김치를 먹고

맛있는 된장과 간장을 먹으며 살아온 것이지요.


달걀이 500원짜리 동전만큼 딱!!


달걀이 고만큼 보이도록 떠오르는 농도의 소금물 용액을 만드실 줄 아셨던 당신들 덕분에요.......



KakaoTalk_20260308_105018188_02.jpg 그림 by 운촌


이전 12화12. 당췌 몰르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