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에디오피아 시다모와 블렉퍼스트 블렌드

by Ilaria

아프리카 원두는 지역의 특성상 산미가 풍부하다.

어떤 방식으로 로스팅하느냐, 어떤 기구로 내리느냐에 따라 맛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아프리카 지역의 원두는 본래 밝은 느낌의 산미, 과일과 꽃 향으로 유명하다.

이는 시원하게 마셨을 때 배가 되며 따뜻하게 먹었을 때 단정한 고소함도 함께 느낄 수가 있다.


아메리카노의 쓴맛에 흥미를 잃어갈 때쯤 나는 에디오피아 시다모를 만났다. 내가 가장 사랑하던 그 원두는 회사에 입사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아쉽게도 단종되었다. 후에 에디오피아로 재 출시가 되었지만 내가 사랑했던 향과 맛은 사라졌다.


집에서 나는 항상 떼쓰기 바빴는데 대학생이 되어도 버릇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유학을 보내주지 못한 미안함에 부모님은 유럽여행에 동의해 주셨다. 그것이 혼자서 떠나는 기약 없는 여행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함께 하기로 한 친구에게는 사정이 생겼고 나는 런던에서 숙식이 가능한 일을 구했다.


내가 지내던 곳은 워털루역 주변이었다. 매일을 다니던 역사의 매장은 늘 혼잡했지만 한결같이 나를 반겨줬다. 헤이 베이비라며 주문을 받던 직원이 나를 알아보는 건지 궁금하던 어느 날 좋아하는 원두가 뭐냐라는 질문을 들었다 - 나는 항상 드립 커피를 마셨다 -


에디오피아 시다모를 사랑한다고 말하자 나에게 너와 어울리는 원두를 추천해 주겠노라 했다. 혹시 그때 출시된 거라 홍보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와 이 원두가 담은 햇살이 어울려’라는 멘트는 내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여기가 아니었다면, 그때가 아니었다면.. 오래된 다이어리 속 기록. 거기서 블렉퍼스트 블렌드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때 우리는 파트너라 소개하는 그 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꿈을 꾸지 않았겠지.. 그 게 운명이었는지 악연이었는지 이제는 말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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