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Where Memories Stay

by Ilaria

어떤 시간은 지나가고, 어떤 사람은 남는다.


행복했던 기억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것을 추억이라고 하겠다.

흘러가지 못하고 남아 있는 것은 결국 상처였다. 결코 흐려지지 않고 나의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상처의 시작은 역시 사람이다. 두 번째 매니저와의 첫 만남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정돈되지 않은 머리와 자다가 방금 뛰쳐나온 듯한 옷차림. 노려보는 듯한 눈빛과 억양이 강한 사투리. 모두 내가 싫어하는 것들.


매장에 큰 누수가 생겼다. 술 취한 고등학생이 잘 못 찾아들었던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숨겨진 층.

술김에 빠져나오려다가 가장 얇은 천장을 가지고 있던 이 매장 위로 떨어졌다. 온수기를 끊어버리며.

도착한 매장은 물바다였고, 정신없는 사이 경비가 신원을 인증한 범인은 사라졌다.

온 매장에 물이 찰랑 거려도 손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는 파트너 한 명과 물을 닦아내느라 바빴다.

그때 그가 등장했다. 일을 하지 않는 주말에 아주 빠르게 첫 만남의 그 모습으로.


나는 참 사소한 행동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에겐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을 것인데 나는 거기에 감동해 버렸다.

여전히 난 사소함에 감동받고 쉽게 사람을 믿어버리는 사람이지만 일에서는 감동보단 감사와 해야 할 일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그게 많이 아쉽다.

술자리를 좋아하는 그는 그 후 ‘자신의 집단’에 나를 넣어줬다. 그땐 너무 재밌었지만 돌아보면 그건 재앙이었다.

나를 아낀다는 이유로 매장의 인사권을 마음껏 흔들고, 운영에 어려움을 줬다.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어떻게 숨겨서라도 할 수 있는지 배웠다.


아직도 그가 회사를 먼저 그만두며 전했던 말이 기억난다.

‘난 사건 때문에 퇴사하는 게 아니야. 퇴사하고 다른 할 일이 생겨서 그만두는 거야. 걱정 마’

그것도 거짓말이었다. 그는 자신을 신고한 사람을 몇으로 특정해 집요하게 찾아내고 있었다.

내가 범인 중에 하나로 지목된 이유는 친하다는 것, 내가 지나가며 ’ 저는 전생에 있었으면 독립운동은 못했을 것 같아요 ‘라는 말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칼을 들이대니 내가 살려고 빠져나온 거라 생각했던 걸까?


하지만 나도 고군분투 중이었다. 그가 나보다 더 아꼈던 한 사람 때문에 매장이 난리 났기 때문이다. 그 한 사람을 A라 하겠다.

나의 매장엔 A의 연인 B, B와 무리가 지어진 C, D 가 있었다. 내가 없는 매장에서 A와 B는 유니폼도 입지 않은 채 함께 했다.

A는 마치 그의 매장과 나의 매장을 함께 담당하는 겸임 점장 같았다. D는 멍청한 내가 의지 했던 파트너였다.

배운 것처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D와 했다. ‘저만 비밀로 하면 되잖아요 ‘ 얼마나 달콤한 이야기 인가.

그것들이 A의 귀에 들어간 순간 나는 최악의 점장이 되어 있는 게 당연했다.


이들은 나에겐 남지 않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시간 속엔 머물러 있다.

많이 흐려져 보이지도 않는 오래된 영수증처럼 구겨서 휴지통에 넣어 버리고 싶다.

지나가는 많은 시간 속에 박힌 나쁜 기억을 잘 흘려보내는 법은 무엇일까.

알았다면 나는 또다시 상처에 머물러 힘들어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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