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어딘지 모를 곳에 난 홀로 있었다.
처음 날벼락같은 소식을 들었을 땐 그저 궁금했다. 사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관계자와 면담을 마친 후에도 괜찮았다. 내가 잘못했던 건 인정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며칠 뒤 정리된 면담 내용과 함께 필요한 자료들을 보내라고 했다.
자료는 충분했다. 그동안 했던 많은 면담, 파트너별로 특징이나 이상행동을 기록해 둔 메모들이 나의 아이패드에 가득했다.
어릴 때부터 강박적으로 메모하고 정리하고 기록하는 습관이 처음으로 도움이 되었구나 생각했다.
그 후에 전해 들려오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나도 그들도 원칙상 내용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공교롭게도 나는 3개월 전에 그 지역을 떠나 서울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걱정스럽게 건네는 다른 이들의 말에는 더한 내용이 쏟아져 나왔다.
며칠 전 까지도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에게서 난 데 없이 날아든 힐난들은 나를 마구 할퀴었다.
왜 그랬어? 왜 거짓말을 했어? 왜 너와 나의 둘만의 이야기를 이상하게 만들어놨어?
당장이라도 찾아가 따지고 싶었다. 밤만 되면 나는 미쳐서 날뛰었다.
응급실을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았다. 내가 죽어야 이 모든 고통이 끝날 것 같았다.
말이 직선적이고 판단이 그들보다 빨라 일이 벅찼을 거야. 그들도 힘들었을 거야.
때로는 그들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에 화를 내기도 했으니 그들도 상처받았을 거야.
따위의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있는 힘껏 나를 살려내느라 바둥거리고 있었고 이해 따윈 낭비였다.
행복했던 시간들을 찍어 차곡차곡 현상한 사진들이 한 번에 바래지는 느낌이었다.
살기 위해 잠시 회사를 쉬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이건 극복의 문제가 아니라 잊어버리기가 가능하냐의 영역이었다.
조금 빨리 복귀해 또다시 사람들과 섞여 일을 했다. 아무렇지 않게 웃고 부대끼고 바삐 뛰어다니다 보니 기억이 버려지기 시작했다.
버려진 기억을 또 사람으로 채우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었다.
내가 일하던 곳에선 하루에 400명 정도의 사람이 왔다. 사람으로 채워지기 충분한 양이었다.
너무 넘치 듯 충분해서였을까 퇴사를 결심 한 그 사건이 일어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