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숫자로 표현하자면 ‘0’의 상태라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 책에서 삶이란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생기는 게 당연한 이치라고 읽었다. 내가 이곳에서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마치 삶의 이치대로 흘러간 것이 있다면 사람이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누군가들도 있고 어느새 함께인 것이 당연한 이들도 생겼다. 값으로 따져보자면 나에게 ‘사람들’은 0의 상태일까? 오랜 시간 나를 스쳐간 많은 인연들을 돌아보면 그것 - 사람 - 하나는 ‘플러스’가 아닐까 한다.
나는 참 서투르다. 회사 안에서 사람을 사귀는 게 자연스럽지 않았다. 꼭 나 같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실망을 했다. 유치원생 마냥 내가 주는 만큼 받기를 원했다.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되기엔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회사는 점장으로 승진하면 담당 매니저가 직접 서울 본사 회의 시간에 소개하며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매니저였던 그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날 소개해 줬다.
신입이라고 할 수 있는 그때 나는 모두가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잘 될 거라 자신만만했다. 성과는 잘 나왔고 잘 모르겠다던 매니저는 일을 잘 한다고 칭찬해 줬다. 점장은 일만 잘해서는 안 되는 존재다. 나는 제일 중요한 부분을 알 지 못했다. 생각하는 그대로를 말로 전달했다. 그건 틀렸다.
자신이 없어 원래의 나와 닉네임으로 불리는 나를 분리했다. 그런데 나는 꽤 기량의 기복이 심한 연기자였다. 게다가 원래의 나는 너무 허술했고, 내가 회사에서 원했던 이미지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사람은 없었기에 나의 찬란한 계획은 실패했다. 사람들의 마음은 항상 움직인다. 나에 대한 확신도 없이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 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해갈할 수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