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코드를 짜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2022년, 약 봉투와 함께 시작된 출근길

by 누워 사는 개발자

시스템은 정상이나, 로그는 오염되고 있었다


2019년 개발자로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내 삶의 모토는 언제나 '결함 없는 배포'였다. 픽셀 하나, 로직 한 줄까지 완벽을 기하는 집요함은 나를 한 팀의 기술적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iOS 리드 개발자로 만들었다. 회사에서 나는 언제나 믿음직한 리더였고, 내가 짠 코드는 팀의 기준이 되었다. 밖에서 보기에 내 시스템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릴리즈' 상태였다.


하지만 2022년 어느 날부터 내면의 시스템에는 원인 모를 에러 로그가 쌓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찾아온 증상은 '집중력의 소실'이었다. 수만 줄의 코드를 단번에 꿰뚫어 보던 눈이 화면 위의 단순한 텍스트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겉돌았다. 20대 초반에 이미 우울증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온 적이 있던 나는 직감했다.


주석 처리해 두었던 과거의 상처들이 다시금 현재의 소스코드를 침범하고 있었다.




약 봉투와 함께 시작된 위태로운 출근길


그날 이후 가방 안에는 맥북만큼이나 묵직한 존재감을 가진 것이 생겼다. 매일 아침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 봉투를 뜯으며 출근길에 올랐다. 약 기운으로 멍해진 정신을 부여잡고 슬랙 메시지에 답을 하고, 코드 리뷰를 남겼다.


기이한 점은 그럴수록 회사에서의 인정은 더 커져갔다는 사실이다. 내면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 겉으로는 유능한 리더의 가면을 완벽하게 쓰고 있었으니까. 사람들은 나를 향해 "역시 ㅇㅇ님이다", "대단하다"며 박수를 보냈지만, 그 칭찬들은 공허함을 채우기는커녕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가슴을 찔렀다.


나는 성공적으로 배포된, 하지만 속은 텅 빈 가짜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었다.




Fatal Error: 하드웨어가 멈춘 날


균열은 결국 육체적인 신호로 터져 나왔다. 여느 때처럼 복잡한 로직의 버그를 잡아내고, 수정한 코드를 반영하려던 순간이었다. 늘 완벽한 코드를 짜내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명확한 해결책이 떠올라 있었지만, 손가락은 의지를 배반했다. 떨림은 팔꿈치를 타고 올라와 어깨까지 전해졌다. 더 이상 정신력으로 억누를 수 없는, 내 생애 가장 치명적인 'Fatal Error'였다. 논리(Software)는 살아있었지만, 그것을 수행할 몸(Hardware)이 완전히 멈춰버린 것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리드'라는 이름 뒤에 숨어, 스스로를 고치지 못하는 고장 난 기계처럼 다루고 있었다는 것을.


떨리는 손으로 내가 한 마지막 작업은 커밋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살리기 위해 노트북을 덮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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