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병원으로 가세요"라는 에러 메시지

패치로 해결할 수 없는, 시스템 전체의 붕괴

by 누워 사는 개발자

휴가라는 이름의 임시 패치


2019년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나는 한 번도 시스템을 완전히 종료해 본 적이 없었다. iOS 개발 리드라는 직함은 끊임없는 업데이트와 최적화를 요구했고, 나는 그 속도에 맞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몸과 마음에서 경고음이 들려올 때쯤 '병가'라는 단어를 떠올렸지만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시스템을 오래 멈춰 세우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결국 선택한 것은 모아둔 연차를 소진하는 '휴가'였다.


시스템의 근본적인 결함을 수정하는 '병가'와, 잠시 전원만 껐다 켜는 '휴가'는 그 시작부터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랐다.




로컬 서버의 한계: "대학병원으로 가세요"


휴가라는 임시 패치는 일주일도 가지 못해 무너졌다. 복귀 후 1, 2주가 지났을 무렵 정신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익숙했던 코드 한 줄에도 집중할 수 없는 극심한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이따금 손발이 떨리는 증상은 내 몸이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였다.


평소 다니던 동네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 무거운 한 마디를 던졌다.


"대학병원으로 가세요."


이미 예전에도 같은 권유를 받은 적이 있었기에, 이번만큼은 상황이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했다.


로컬 서버 수준에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시스템 전체의 붕괴가 시작된 것이다.




가장 길었던 주말, 109라는 이름의 긴급 복구 센터


예약을 걸어둔 주말, 어떻게든 일상을 붙잡아보려 애썼다. 헬스장에 가서 몸을 움직이고 좋아하는 술과 안주를 앞에 두었지만, 세상의 모든 감각이 'Mute' 된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을 먹어도 맛이 없었고 즐거움이라는 센서는 완전히 고장 난 상태였다.


그 순간 거대한 슬픔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렬한 충동이 덮쳤다. 식탁 위에 있던 칼날을 본 순간, 홀린 듯 손목을 그었다. 붉게 배어 나오는 피를 보며 어떻게 해야 아프지 않게 죽을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내 모습은 이미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그때, 내면 깊숙이 남아있던 생명의 아주 작은 의지가 비명을 질렀다. '이건 정상이 아니야.'


떨리는 손으로 '109 자살 예방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사의 차분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지금 당장 위험한 물건에서 멀어지라고 말했다. 거실로 나와 숨을 고르며 소름 돋는 현실을 마주했다.


나는 방금 스스로를 삭제하려 했던 것이다.




마지막 보루를 향해


그날 밤, 나는 다시는 제 힘만으로 버틸 수 없음을 인정했다. 월요일에 있을 병원 예약은 단순한 상담이 아니라, 내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만 했다.


치료 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여전히 1~2시간마다 잠에서 깨는 불안한 밤이었지만,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평온한 말씀들을 들으며 억지로라도 눈을 붙였다.


죽어야 한다는 생각과 살아야 한다는 의지가 쉼 없이 충돌하는 밤을 지나, 나는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주말의 끝자락에서 대학병원의 문턱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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