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스토리

그 해, 우리는 ⑫

by 나춘봉씨

1.

여전히 형의 죽음을 모르는 할머니가

꿈에서 형을 보았다고 했다.

평소보다 자주 가족들에게 형의 안부를 물으시더니

기어이 꿈에서 만나셨나 보다.

할머니의 꿈속에서 형은,

안색이 참 좋았고 행복한 표정이었다고 했다.
남은 자들이 형의 고통을 분담해 줬기 때문이었을까..
아무래도 좋았다.
형이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니

비록 꿈이었을지라도 남은 자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

주변 사람들에게 들으니,

죽은 형이 이불을 들고 할머니를 찾아왔다는 건
이제 비로소 안식처를 찾은 것이라 했다.
이사를 갈 때 주인이 마지막으로 솥단지와 이불을 가지고 들어가야
이사가 비로소 끝난 것과 마찬가지라 했다.


(할머니는 몇 년 후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형의 소식을 듣지 못하셨다.)



2.

형의 부재로 인해 다시 장남이 된 나는
자연스럽게 이 모든 고통에 대한 극복의 의무를 떠안았다.

가끔씩 몸이 가위에 눌린 듯 꼼짝달싹 못했고 병까지 앓아야 했지만
내가 무너지면 가족들 모두가 무너질 거라 생각했기에

어떻게든 버티고 차분하게 상황을 판단하려고 애썼다.

우리 가족들이 전생에 형과 어떤 인연으로 맺어졌을지 알 수는 없지만
형의 영혼을 위로하고 남은 자에게 남겨진 슬픔의 몫을 부담하는 것은
우리들 각자의 업보일 것이었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종이에 떨어진 잉크가 번지지 않게,
백지에 떨어진 눈물이 잘 마르도록
남은 식구들을 위로하며 살아가는 게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내 남은 소중한 가족들이 이 괴로움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로맨스와 이별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두렵고 불안하게만 느껴졌지만

악다구니처럼 살아볼 결심을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로맨스가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는 세상을 향해서

스스로를 격려하며 씩씩하게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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