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 32-39장
우리는 참 영리하게도 내가 듣고 싶은 말씀만 골라 듣는 '영적 편식'에 능하다. 나를 위로하는 구절에는 기쁘게 밑줄을 긋지만, 내 민낯을 건드리는 구절은 빠르게 지나친다. 불편한 진실로부터 나를 지키고 싶은 방어 기제가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걸곤 한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제대로 듣고 있는가? 아니, 애초에 그 음성을 들으려는 마음의 태도를 갖추고는 있는가?
생각해보면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렇다. 친구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지 않으면 그 친구의 속마음을 알 길이 없다. 대화가 겉돌면 마음은 자연스레 멀어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잘 경청할 때 비로소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되고,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이 된다.
친구 사이도 이럴진대, 하물며 우리를 지으신 하늘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떠할까. 우리가 그분의 음성에 귀를 기울일 때 알게 되는 삶의 비밀은 또 얼마나 많을까. 우리를 누구보다 예뻐하시는 그분은, 경청하는 자녀의 삶을 가장 안전하게 보호하시는 분이기도 하다.
반면, 끝내 귀를 닫았던 이들의 끝은 서늘했다.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말씀을 면도칼로 찢어 화로에 던졌던 여호야김은 결국 누구의 슬픔도 받지 못한 채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고, 사람의 눈치와 안위를 저울질하며 결단을 미뤘던 시드기야는 두 눈이 뽑힌 채 포로로 끌려가는 비극을 마주했다. 내가 주인 된 자리에서 내면의 소란을 키우며 본질의 소리를 밀어낸 대가는 이토록 참혹했다.
하지만 여기, 사방이 벽으로 막힌 감옥에서도 전혀 다른 길을 걸은 예레미야가 있다. 그는 상황을 저울질하지 않고 잠잠히 하나님의 음성에 집중했다. 외부의 소음이 차단된 그곳에서 비로소 선명해지는 회복의 약속들. 홀로 있었으나 결코 외롭지 않았던 그 비밀스러운 사귐이 그를 버티게 했다.
이제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흔들렸던 시선을 거두어, 나를 아프게 찌르는 말씀 앞에 정직하게 앉는다. 나를 방어하던 날카로운 기제들을 내려놓고 비로소 마주하는 하나님과의 깊은 연결.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도 마음의 자리를 지키며, 나는 이제야 그분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내 딸아, 이제야 네가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구나.
네가 외면하고 싶었던 그 아픈 말들조차 실은 너를 찌르려 함이 아니라, 너를 온전하게 회복시켜 내 품에 안으려는 나의 가장 깊은 사랑이었단다.
네가 벽을 마주하고 홀로 울던 그 감옥 같은 시간에도, 나는 단 한 순간도 너를 혼자 둔 적이 없단다.
나를 신뢰하고 그 자리에 머물러주어 고맙다. 이제 나와 함께 걷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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