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사람을 보는 해상도
조직은 늘 인재를 찾는다고 말합니다.
좋은 사람을 뽑고 싶고, 잠재력이 큰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으며, 내부에서도 더 넓게 인재를 발굴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현실을 조금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이상한 장면이 반복됩니다. 어떤 사람은 분명히 일을 잘하는데 늘 주변부에 머뭅니다. 어떤 사람은 실제 현장에서 문제를 풀어온 경험이 많은데도 공식적인 후보군에 잘 들어가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은 팀 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수준으로 기능하지만, 조직 전체 차원에서는 존재 자체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조직의 감지 방식에 잘 걸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 장은 바로 그 지점을 다룹니다. 조직은 왜 능력을 놓칠까? 왜 분명히 쓸 만한 사람이 있는데도 조직은 자꾸 바깥에서 사람을 찾고, 이미 있는 사람의 가능성은 늦게 발견하거나 끝내 발견하지 못할까?
1장에서 우리는 기회가 공평하게 배치되지 않는 구조를 보았습니다. 2장에서는 같은 성과도 서로 다른 해석을 거친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3장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앞선 지점을 봐야 합니다. 애초에 조직은 무엇을 능력으로 인식하는가. 어떤 능력은 왜 쉽게 발견되고, 어떤 능력은 왜 자꾸 누락되는가. 누군가는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조직의 탐지 장치가 그 사람의 능력을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뒤에 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개인의 부족함만이 아니라, 조직이 능력을 읽는 언어와 장치 자체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조직이 능력을 놓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합니다.
능력은 복잡한데, 조직은 빨리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천천히 같이 일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용도, 배치도, 승진 후보 검토도 대부분 그렇게 긴 시간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직은 사람을 깊게 보기보다, 빨리 읽을 수 있는 표시를 먼저 봅니다. 학력, 직함, 이전 회사 이름, 연차, 익숙한 자격증, 익숙한 경력 서술 방식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것들은 편리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을 분류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편리한 표시는 언제나 정밀한 판단과 같지 않습니다. 그 결과 조직은 종종 실제 역량보다, 역량을 대신하는 표지판을 더 강하게 신뢰하게 됩니다.
OECD는 2025년 보고서에서는 기술 우선 접근(skills-first approach)을 “학위나 직함 같은 전통적 신호보다, 사람이 실제로 보여준 기술과 역량을 우선하는 채용·육성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이런 접근이 확산되는 배경으로 노동시장 변화와 더 다양한 학습 경로의 등장을 들고 있습니다. 또 기술 우선 접근이 고용 접근성을 넓히고, 기술의 가시성을 높이며, 더 나은 직무 연결을 도울 수 있지만, 실제 조직 안에서 이를 작동시키려면 문화와 정보 체계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문제는 ‘기술을 보자’는 구호가 아니라, 조직이 실제로 무엇을 보도록 설계되어 있는가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조직은 능력을 직접 보도록 설계되기보다, 그 능력을 대신하는 익숙한 신호를 보도록 설계돼 있었습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같은 일을 잘해낼 수 있는 두 사람이 있다고 해도, 한 사람은 익숙한 이력서 언어를 갖고 있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은 기존 조직 문법 안에서 능력을 설명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역량을 말로 정리해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때 조직은 실제로 누가 더 잘할 사람인지보다, 누가 더 조직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자신을 제시하는가를 먼저 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능력을 놓치는 첫 번째 이유는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능력이 조직의 판독 규칙에 맞게 번역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은 흔히 이력서와 평가표를 통해 사람을 봅니다.
문제는 많은 능력이 종이 위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현장 대응력, 맥락 판단력, 관계 조율 능력, 문제 구조화 능력, 위기 수습 감각, 협업의 리듬을 읽는 감각 같은 것은 시험 점수처럼 간단히 표기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능력은 대개 일을 해보는 과정에서 드러나고, 특정 맥락에서 반복되며, 주변 사람들이 체감하면서 비로소 식별됩니다. 다시 말해 상당수의 중요한 능력은 설명 가능한 역량이기 전에 경험되는 역량입니다. 그런데 조직은 채용과 배치 초기 단계에서 이런 경험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설명하기 쉬운 능력은 과대평가되고, 설명하기 어려운 능력은 과소평가됩니다.
Argote(2024)는 조직 내 지식이전이 생각보다 자주 완전하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그 핵심 변수 중 하나로 지식 해석 가능성(knowledge interpretability)을 제시합니다. 이는 어떤 지식이 원인과 결과의 관계까지 포함해 얼마나 이해되고 설명될 수 있는지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어떤 지식은 누가 봐도 언어화하기 쉽고, 어떤 지식은 분명 존재하지만 설명하거나 표준화하기 어렵습니다. 조직이 후자를 잘 다루지 못하면, 중요한 현장 역량은 존재해도 공식 시스템 안에서는 잘 포착되지 않습니다. 이는 채용뿐 아니라 내부 인재 발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일을 잘하는 사람인데도 왜 상위 관리자에게 이름이 잘 올라가지 않는가를 묻는다면, 그 답의 일부는 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능력이 조직 언어로 잘 번역되지 않아서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능력에 대한 흔한 오해 하나를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능력은 언제나 측정 가능하다고 믿는 생각입니다. 현실의 능력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능력은 성과지표로 바로 드러나지만, 어떤 능력은 다른 사람의 일을 살리고 팀 전체의 손실을 줄이며, 위기 순간에만 진가를 보입니다. 이런 능력은 중요한데도 자주 늦게 발견됩니다. 조직은 흔히 “성과가 있으면 결국 보이게 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종류의 능력은 성과를 만들어도 그 기여 방식이 쉽게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직은 필요할 때는 그 사람에게 의존하면서도, 정작 공식적인 인재 목록에서는 그를 놓치곤 합니다.
조직이 능력을 놓치는 또 다른 이유는, 사람을 세밀하게 보기보다 전형(prototype)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어떤 조직에는 ‘될 사람’의 이미지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말이 빠르고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곳도 있고, 학벌과 경력의 결이 비슷해야 안정감을 느끼는 곳도 있으며, 특정 팀이나 직무에서는 “이런 스타일이 아니면 리더감이 아니다”라는 암묵적 합의가 작동하기도 합니다. 이 전형은 공식 기준표에 적혀 있지 않아도 실제 판단에 강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실제 능력보다 먼저 “저 사람은 우리 조직이 떠올리는 유능한 인재형에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 읽히게 됩니다.
리더십 발현(leadership emergence)을 다룬 최근 연구는 사람들이 어떤 개인을 리더로 보게 되는 과정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개인 특성뿐 아니라 상호작용과 맥락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논문은 특히 암묵적 리더십 이론(implicit leadership theory) 과 리더 범주화 이론(leader categorization theory)을 다루면서, 사람들은 리더를 볼 때 완전히 빈 상태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머릿속에 있는 리더상과 비교해 인식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논의는 리더십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조직이 사람을 보는 거의 모든 장면에 비슷한 구조가 있습니다. 누가 전략형처럼 보이는가, 누가 관리형처럼 보이는가, 누가 조직의 대표 얼굴처럼 보이는가를 판단할 때 우리는 실제 역량의 전체보다 전형과의 일치 여부를 먼저 확인하곤 합니다.
문제는 전형이 좁아질수록 놓치는 능력이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매우 뛰어난 문제 해결자지만 말수가 적고 자신을 과장하지 않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조직 전체를 연결하는 능력이 탁월하지만 전통적 관리자의 인상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직 직함은 낮지만 새로운 기술을 빨리 익히고 업무 흐름을 재설계하는 데 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유능함의 기준을 오래된 전형에 묶어두면, 이런 능력은 ‘인재’로 분류되기보다 예외적 사례나 보조적 역할로 처리됩니다. 결국 조직은 능력을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전형 밖에 있는 능력을 능력으로 잘 인정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학위, 자격증, 경력 연차 같은 자격요건은 모두 나쁜 것이 아닙니다.
조직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고, 위험한 오판을 줄이기 위해 일정한 필터를 사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필터가 너무 굳어질 때 생깁니다. 원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직무 수행 능력과 무관하게 사람을 걸러내는 장치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동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기술을 익히는 경로가 대학 밖으로 넓어질수록 이런 경직성은 더 큰 문제가 됩니다. 학위를 요구하는 직무가 실제로는 반드시 학위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공식 경력이 짧아도 실전에서 이미 충분한 역량을 쌓은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직은 자주 이 가능성을 보기 전에 문턱부터 세웁니다.
Harvard Business School과 Accenture의 ‘숨겨진 인재(Hidden Workers)’ 연구는 바로 이 지점을 강하게 보여줍니다. HBS는 많은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가 ‘완벽한 후보’를 효율적으로 찾도록 설계되면서, 돌봄 책임이 있는 사람, 장애인, 재소 경력자, 군 복무 경험자 등 여러 범주의 자격 있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연구는 숨겨진 인재를 고용한 기업들이 이 집단을 전통적 채용 소스보다 더 높은 충성도와 성과로 평가한다고 보고합니다. 다시 말해 조직은 사람을 뽑고 난 뒤에는 “의외로 잘한다”고 말하면서, 뽑기 전 단계에서는 바로 그 사람들을 걸러내고 있는 셈입니다.
이 모순은 기술 기반 채용(skills-based hiring) 논의에서도 확인됩니다. MIT Global Opportunity Forum이 소개한 Burning Glass Institute와 HBS의 연구는 2014년부터 2023년 사이 학위 요구를 없앤 역할의 수가 거의 네 배로 늘었지만, 실제 채용 변화는 매우 미미했다고 전합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연구진은 “지난해 기술 기반 채용이 실제로 영향을 미친 채용은 700건 중 1건도 안 된다”고 요약했고, 조사 대상 기업의 45%는 공고 문구만 바꾸고 실제 채용행동은 거의 바꾸지 않은 “이름뿐인 전환”에 가까웠습니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조직은 종종 문구를 바꾸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실제로 능력을 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는 훨씬 더 느립니다.
조직은 위험을 줄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채용공고에는 가능한 한 많은 조건을 적고, 시스템은 그 조건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추려냅니다. 이 방식은 겉보기에는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직을 더 똑똑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더 좁은 후보군에 가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Harvard Business School의 hidden workers 보고서는 기업들이 “완벽한 후보”를 찾으려는 과정에서, 체크리스트를 모두 충족하지 못하지만 훈련을 통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을 배제한다고 지적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숙련 후보자조차도 직무기술서의 정확한 기준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걸러질 수 있으며, 조사된 고용주의 88%가 실제로 그런 자격을 갖춘 후보가 프로세스에서 탈락한다고 동의했습니다.
이 대목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조직이 인재를 놓치는 이유가 “능력을 식별할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일찍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완성형만 찾는 조직은 학습 능력이 큰 사람, 맥락 전환에 강한 사람, 다른 산업에서 온 사람, 비표준 경로로 성장한 사람을 잘 보지 못합니다. 실제 업무는 늘 어느 정도의 학습과 적응을 요구하는데도, 채용 단계에서는 마치 모든 것을 이미 완비한 사람만 유능한 것처럼 취급합니다. 그 결과 조직은 현재와 똑같은 문제를 풀어본 사람은 쉽게 찾지만, 앞으로 달라질 문제를 가장 잘 풀 사람은 오히려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조직이 정말 놓치고 있는 것은 사람 몇 명이 아닙니다.
더 본질적으로는 잠재력을 보는 방식을 놓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지금 기준표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도, 더 빨리 배우고 더 넓게 적응하며 더 오래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직은 자주 현재 체크리스트를 모두 만족하는 사람을 우선시하면서, 장기적으로 더 쓸 만한 사람을 후순위로 밀어냅니다. 위험을 줄이려다 미래를 좁히는 셈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조직이 외부 인재를 놓치는 것만큼이나, 내부 인재도 자주 놓친다는 점입니다.
겉으로 보면 내부 인재는 더 잘 보일 것 같습니다. 이미 함께 일하고 있으니 무엇을 잘하는지 더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부 사람은 현재 역할 속에 너무 강하게 묶여 있기 때문에, ‘지금 하는 일’ 바깥의 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현재 직무의 연장선에서만 읽고, 이미 형성된 역할 이미지가 다른 가능성을 덮습니다. 즉, 내부 인재는 낯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덜 새롭게 보입니다.
SHRM의 2025 Talent Trends는 2025년에 35%의 조직이 내부 인재시장(internal talent marketplace) 을 활용했다고 전하며, 이는 2024년의 25%에서 늘어난 수치라고 소개합니다. 같은 자료는 내부 인재시장을 “직원들의 기술, 관심, 경력 희망을 프로젝트·역할·기회와 연결하는 기술 기반 시스템”으로 설명하면서, 이것이 결국 조직 안에 이미 있는 인재를 더 잘 보이게 하는 장치라고 정리합니다. 이 수치가 흥미로운 이유는, 조직들이 이제야 비로소 “최고의 인재 소스는 종종 바깥이 아니라 내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스템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내부 인재를 더 잘 보기 위해서도 별도의 플랫폼과 분류 체계가 필요할 만큼, 많은 조직은 평소에 자기 안의 능력을 충분히 보지 못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기술만 도입한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같은 SHRM 자료는 내부 인재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술 분류체계 관리(skills taxonomy governance) 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즉, 어떤 기술이 무엇을 뜻하는지, 누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을 어떤 기준으로 검증할 것인지를 엄밀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내부 인재를 놓치는 이유는 단지 정보 부족이 아니라, 역량을 표현하고 비교하고 이동시키는 내부 언어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조직 안에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사람의 능력이 전체 조직에서 검색 가능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직원은 늘 그 팀의 누구, 그 업무의 누구로만 남고, 조직 전체 차원에서 다른 기회를 연결받지 못합니다
조직이 능력을 놓치는 이유 중 하나는, 능력을 지나치게 직무명(job title)에 묶어서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 능력은 직무 경계를 자주 넘습니다. 어떤 사람은 기획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데이터 해석에 강할 수 있고, 행정 담당자라는 이름 아래에서 조율·협상·위기대응 능력을 매우 높게 발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화려한 직함을 갖고 있어도 실제로는 새로운 맥락으로 전이 가능한 역량이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직은 자주 직무명과 능력을 동일시합니다. 무엇을 했는지보다 어디에 있었는지를 먼저 보고, 무엇을 배웠는지보다 어떤 타이틀을 달았는지를 더 신뢰합니다. 그러면 직무명 밖에 있는 능력은 쉽게 보이지 않게 됩니다.
LinkedIn의 2025 Skills-Based Hiring 보고서는 전통적 인재풀을 ‘이전에 해당 직무를 해본 사람들’로 정의하는 접근과, 상위 핵심기술의 절반 이상을 가진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기술 기반 접근을 대비시키면서, 후자가 전 세계적으로 인재풀을 약 6.1배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제시합니다. 같은 자료는 학사 학위가 없는 근로자 후보군은 9% 더 넓어지고, 여성 비중이 낮은 직무에서는 기술 우선 접근이 여성 후보군 비율을 남성보다 24% 더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논리입니다. 조직이 직무명과 경력명만 보고 후보를 좁히면, 실제로는 비슷한 역량을 가진 많은 사람을 처음부터 제외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 논리는 내부 이동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현재 팀에서는 A 업무를 맡고 있지만, 실제로는 B 업무에도 강한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이 직무명을 중심으로 사람을 관리하면, 그 사람은 계속 A 업무 인재로만 분류됩니다. 결국 조직은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역할 이름을 가진 사람을 찾는’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이 차이는 작아 보여도 매우 큽니다. 전자는 가능성을 보는 방식이고, 후자는 이력을 보는 방식입니다. 능력을 놓치는 조직은 대개 후자에 더 익숙합니다.
조직이 능력을 놓치는 이유를 모두 조직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개인도 종종 자신의 능력을 조직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제시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자기표현의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역량은 애초에 당사자에게도 너무 자연스러워서, 특별한 능력으로 자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은 문제를 빠르게 구조화하는 능력이 있지만 그것을 “원래 하는 일” 정도로 여깁니다. 어떤 사람은 갈등이 커지기 전에 조율하는 감각이 탁월하지만, 그 일을 성과로 세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복잡한 업무를 단순화해 팀을 살리지만, 자신은 그저 일을 처리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능력이 몸에 붙어 있을수록, 오히려 그것은 이력서 문장으로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Chalutz-Ben Gal의 2023년 논문은 개인-직무 적합성이나 개인-조직 적합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실을 짚으며, 개인-기술 적합성(person–skill fit) 이라는 관점을 제안합니다. 이 논의는 현대 노동시장에서 사람의 기술과 역할이 점점 더 유동적으로 결합한다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이 관점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이 어떤 직무에 있었는가보다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새로운 맥락과 얼마나 맞물릴 수 있는가를 더 정교하게 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조직은 아직 이 수준까지 오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도 자신의 기술 단위를 잘 설명하지 못하고, 조직도 그 기술을 읽고 연결할 체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합니다. 그 결과 역량은 있어도 정식 언어로 등록되지 못한 채 흩어집니다.
그래서 조직이 능력을 놓치는 장면은 종종 아주 평범합니다.
그 사람은 늘 잘해왔지만, 그것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로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은 팀에서 꼭 필요했지만, 그 필요가 “다른 자리에서도 통할 기술”로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은 이미 충분히 보여줬지만, 보여준 것이 공식 분류 체계에 맞지 않았습니다.
능력은 없어서 놓치는 것이 아니라, 이름 붙여지지 않아서 놓치는 것입니다.
조직은 종종 외부 스펙을 더 객관적이라고 느낍니다.
유명 회사 이름, 익숙한 학위, 잘 알려진 자격증, 선명한 직함은 판단을 편하게 해줍니다. 반면 내부에서 축적된 비공식적 신뢰, 현장 적응력, 문제 해결의 반복 경험은 문서화가 약하니 덜 객관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어떤 조직은 이미 자기 안에 있는 검증된 사람보다, 바깥에서 더 보기 좋은 이력을 가진 사람을 더 안정적으로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안정감은 언제나 정확성과 같지 않습니다. 외부 스펙은 명확한 표지일 수 있지만, 실제 성과 예측력은 과장되기 쉽습니다.
기술 기반 채용 논의가 의미 있는 것도 바로 이 지점 때문입니다.
사람을 학위나 직함이 아니라 실제 기술과 과업 수행 능력 중심으로 보자는 제안은 단순한 인사 유행이 아닙니다. 그것은 조직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판독 방식이 얼마나 많은 능력을 놓쳐왔는지에 대한 반성에 가깝습니다. OECD 보고서가 기술 우선 접근을 보다 적응적이고 포용적인 노동시장으로 가는 경로로 설명하고, LinkedIn이 전통적 경력 기반 후보군보다 기술 기반 후보군이 훨씬 넓다고 보여주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문제는 조직이 이 필요를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실제 판단 순간에는 다시 익숙한 스펙으로 되돌아가기 쉽다는 점입니다. 능력을 놓치는 조직은 흔히 “우리는 가능성을 본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중요한 순간에는 이미 사회적으로 인증된 표지를 더 강하게 붙듭니다.
이 패턴은 특히 변화가 빠른 시대에 더 치명적입니다.
기존 직무명과 학위명만으로는 새롭게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AI, 데이터, 디지털 전환, 협업 기술, 현장 융합 능력처럼 직무를 가로지르는 역량은 기존 표지판으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래에 필요한 사람을 찾으려면 오히려 과거의 표지에 덜 의존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조직은 반대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더 보수적으로, 더 익숙한 표지에 집착합니다. 그렇게 되면 조직은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느려집니다. 실제로는 자기 안팎에 존재하는 새로운 능력을 식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재 부족이라는 말은 자주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말이 언제나 “쓸 만한 사람이 정말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때로는 그보다 “조직이 쓸 만한 사람을 충분히 볼 수 있는 해상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뜻에 더 가깝습니다. 보이는 표지만 읽고, 번역하기 쉬운 능력만 인정하고, 전형에 맞는 사람만 인재로 분류하며, 내부에 이미 존재하는 역량을 전체 조직 차원에서 검색하지 못한다면, 조직은 언제나 사람을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놓친 능력은 개인에게만 손해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둔감함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 조직에는 인재가 없는가.
아니면 인재를 보는 방식이 낡았는가.
필요한 능력이 없는가.
아니면 그 능력을 직무명과 학위명 바깥에서 읽어낼 수단이 없는가.
사람이 부족한가.
아니면 이미 있는 사람의 가능성을 다른 자리와 연결하는 언어와 체계가 약한가.
이 질문을 바꾸지 않으면 조직은 계속 인재난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자기 손으로 능력을 놓치는 일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 장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결론은 단순합니다.
조직은 능력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합니다.
능력은 늘 어떤 표시, 어떤 언어, 어떤 분류, 어떤 전형을 거쳐서만 읽힙니다.
따라서 능력을 놓치는 조직을 바꾸려면 사람을 더 열심히 찾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무엇을 능력으로 인정하는지, 어떤 신호를 우선하는지, 어떤 능력을 공식 언어로 번역하는지를 함께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조직은 “좋아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쓸 수 있는 사람”을 더 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문제를 한 단계 더 밀고 들어갑니다.
조직이 능력을 간신히 알아본 뒤에도, 왜 어떤 강점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어떤 강점은 흩어지는가.
즉, 3장이 탐지의 문제였다면 4장은 강점이 어떻게 정체성이 되는가의 문제입니다.
능력을 알아보는 것만으로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능력이 한 사람의 이름과 어떻게 결합하는지가 다음 장의 핵심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