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억하는 맛을 찾아서
사전예약 대기줄에 서있으니 직원의 안내소리가 들렸다. 조금 더 기다리자 금방 입장할 수 있었고 내부는 캐릭터들로 가득했다. 사진을 잘 찍지 않는 편이지만, 이건 안 찍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되게 넓네요"
"그러게요- 테이블에도 애들 얼굴이 붙어있어요"
기다리는 동안 밖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을 둘러보며 이야기하다 보니 입장 시간이 다되었다.
메신저랑 전화로는 오래 이야기한 적이 많지만, 직접 만나서는 낯가림이 발동할까 걱정했었는데 펼쳐져있는 공간에 시선을 뺏겨서인지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굿즈도 다 둘러봤어요?"
"일단 리뷰랑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거 보고 체크 하긴 했는데.."
"아마 못 지키겠죠..?"
누가 보면 몇 년 친구인 것 같은 대화를 나누던 우리는 입장하자마자 일단 각자 흩어져서 둘러보기로 했다.
이곳저곳 둘러보며 사진을 촬영하고 포토존으로 꾸며져 있는 공간에 서보기도 한 뒤 비어있는 자리에 앉은 나는 물건을 들고 고민하는 재윤을 잠시 기다려야 했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같은 거 먹을 거죠?"
"그럼요-"
둘 다 시킬 메뉴는 같았기에 주문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물론 둘이 와서 같은 메뉴를 시켜 먹는 건 아쉬웠지만 메뉴와 같이 나오는 것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때만큼은 내 위장이 먹방 하는 사람처럼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귤랑이의 호두파이]
귤랑이가 좋아하는 음식이 견과류여서 나온 메뉴로 위에는 화이트 초코가 뿌려져 있었다.
그림이 그려진 초코는 먹을 수밖에 없지만 일단 슬쩍 빼두고는 한입 베어 물었다.
"되게 부드럽고 달콤하고.."
"맛있죠!?"
파운드케이크가 잘못 만들면 퍽퍽한 경우가 꽤 있어서 굳이 사 먹지 않는 디저트 중 하나기도 하고, 콜라보 카페다 보니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부드러운 맛에 놀랐다.
촉촉한 빵과 안에 들어있는 견과류는 씹히는 맛을 더해주고, 위에 뿌려져 있는 슈가파우더는 부족한 단맛을 채워줬다. 최근 먹어봤던 파운드케이크 중 가장 맛있다고 할 수 있었다.
같이 나온 오렌지행성의 대표 음식인 오렌지망고 에이드까지 유명 디저트에 뒤처지지 않는 메뉴들이었다.
멀지만 않았다면 매일 와서 먹고 싶을 정도였다. 왜 내가 사는 곳에는 이런 카페가 안 열을까 한숨이 나왔다.
똑같은 마음이었는지 재윤도 아쉬운 마음에 시간이 끝날 때까지 천천히 케이크를 아껴먹는 듯 보였다.
"랜덤 굿즈에 귤랑이가 나왔으면 했는데 확률이 너무하긴 해요"
"그거.. 제가 말하기 마음 아프지만 아마 이거 끝나고 사이트 SNS 들어가면 교환이나 양도 쉽게 받을 수 있을걸요.."
그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 인후 덧붙여 이야기했다.
"좋은 거라고 생각하죠"
-
부산까지 갔다 온 다음날에서야 나는 지쳐서 그대로 내버려둔 쇼핑백을 열어보았다.
이제 못 온다고 충동적으로 구매한 굿즈부터 선물로 준다고 사온 쿠키들까지 빈틈없이 꽉 찬 것을 하나씩 꺼내보았다. 디저트 밑에 있던 코스터에는 약간 빵냄새가 나서 벌써 그 맛이 그리워졌다.
사진도 찍고, 정리를 하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지나있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던 나는 역시 한번 더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충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왔다.
집 근처에 파운드케이크를 파는 곳으로 들어간 나는 고민 없이 바로 주문해서 집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어제 먹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맛에 실망했다. 배고픈데도 이 정도면 배부른 상태였으면 더 별로였겠네 라는 생각만 들었다.
'이 맛이 아닌데..'
그리고 이건 나뿐만 아니라 같이 간 상대도 마찬가지였었다. 정리를 끝냈냐고 물어보는 문자와 함께 보낸 사진에는 디저트 사진이 같이 있었다.
-이 맛이 아니에요-
뭔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게 신기해서 곧바로 나도 사진을 보냈다.
-아마 한동안은 파운드케이크 유목민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