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식빵테두리 러스크

오늘은 아침, 점심, 저녁 고양이와

by 판다찐빵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동그란 생명체


자려고 누웠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동그란 것은 언제 왔는지 내 옆에서 식빵을 굽고 있었다.


'진짜 예쁜 식빵이네'


살짝 움직여봤지만, 아직 그대로인 고양이는 따끈따끈해서 막 구운 식빵 같았다.

의식의 흐름인 건지 아니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서인지 갑자기 루아가 먹으라고 했던 식빵이 생각났다.

일어나려면 이 예쁜 고양이가 움직여줘야 되는데 꽤 편한 건지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콩떡- 일어나 봐-"


그렇게 말해봤자 말을 들어주지 않았기에 결국은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며 구석으로 조심히 일어났다.

이거 완전 상전이잖아-라고 생각은 하지만, 결국 불편하지 않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뭔가 쿠션이 없어졌는 게 불만이었던 건지 꼬리를 팡팡 치고 있었다.


"뭐- 밥은 먹어야지-"


먼저 콩떡이 밥을 주고, 냉장고를 열자 계란샌드위치와 지퍼백에 담겨있는 식빵 테두리들이 보였다.

루아가 식빵 테두리를 버리는 것에 충격 먹어 절대 버리지 말라고 말한 다음부터 깔끔하게 정리된 식빵테두리는 내 차지가 됐다.

물론 나도 테두리보다는 빵이 더 좋지만, 테두리 만의 맛이 있었다.


그냥 입이 심심할 때 잼이나 생크림을 발라 먹어도 괜찮고, 오늘처럼 시간이 날 때는 요리를 해 먹는 것도 좋았다.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인


[식빵테두리 러스크]


에어프라이로 만드는 게 최고긴 하지만, 오늘은 프라이팬으로 요리를 해야 했다.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약한 불로 식빵을 타지 않게 구운 후 설탕을 뿌려주면 끝이었다.

간단하면서도 달콤하고 바삭한 식빵튀김은 간식으로는 최고였지만, 아침으로는 별로기 때문에 우선 그릇에 담아 한 김 식혀주었다.


이따 영화를 보면서 팝콘 대신 먹을 간식을 보니 하루가 기대되었다.

방안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가득했고 콩떡이는 벌써 밥을 다 먹고는 식땅에 있는 따끈한 것을 노리고 있었다. 그거에 방어를 하면서 부엌을 지키고 있는 게 아침의 일과였다.


"너 이거 먹으면 안 되거든-"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 사람 음식은 한정적이고,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은 가득하기 때문에 더 조심해서 음식을 먹게 되는 것 같다. 특히 루아 집에는 그 흔한 간식인 초콜릿 하나가 없었다.



-



해가 중천에 떠 날이 더워지고, 해가 집안으로 들어오고 있을 때 나는 영화를 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 집에는 없는 조금 큰 티브이는 영화 보기에 딱이었다.

볼 영화는 몇 년 만에 새로운 시즌이 나온 영화였다. 시즌 2를 보기 전 시즌1을 다시 보고 싶었는데 계속 미루다가 영화가 개봉하기 직전에서야 볼 준비가 된 것이었다.


아까 식혀두어 통에 담아두었던 식빵과 소스를 테이블에 올려놓은 나는 마지막으로 콜라까지 꺼내고 나서야 자리에 앉았다.

커튼을 치니 어두워진 집안과 폭신한 쿠션까지 옆에 두니 완벽한 나만의 영화관이었다.

사운드는 평소보다는 조금 크게, 집중할 수 있게 핸드폰은 저 멀리.


영화가 시작되고, 영화관보다는 조금 편하게 간식을 먹으며 그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2시간이 넘는 시간은 긴 시간이지만, 짧게 느껴졌다.

조용히 화면만 보고 있으니 심심했는지 옆으로 온 콩떡이를 잠깐 쓰다듬어주자 가만히 같이 화면을 보고 있었다.


뭔 내용인지는 아는 걸까 신기하게도 콩떡이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냐옹 거렸다.


"콩떡이 너는 어땠어?"


심심하게 해 버렸으니 이제 신나게 놀아볼까 하고 바스락 터널까지 꺼내고, 사냥 타임을 시작했다.



-



든든하게 도시락까지 배달 시켜 먹었는데도 입이 조금 심심해졌다.


"이거 아직 남아있었지"


테이블 위 조금 남은 러스크에 아무 생각 없이 같이 온 남은 소스에 먹으며 심심한 입을 달랬다.

많이 식어서인지 조금 딱딱했지만, 남은 피자 테두리를 먹는 느낌이어서 나름 먹을만했다.

전에 보니깐 시즈닝을 뿌리면 맛있다는데 정말 맛있을까 궁금했다.


어차피 루아도 나처럼 식빵을 챙겨두는 편이니깐 또 테두리가 남을 것이었다.


내일 아침에 도착한다는 루아의 연락을 마지막으로 이제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했다.

이틀 동안 힐링캠프에 갔다가 마지막날인 기분에 괜히 자고 있는 콩떡이의 젤리를 만졌다. 졸린 건지 귀찮은 건지 슬쩍 보더니 가만히 있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사랑스러웠다.


"괜히 서운하네- 콩떡이 졸려?"


물론 집도 가깝고, 보고 싶으면 말 안 하고 와도 되는 곳이니깐 괜한 생각이긴 했다.

불을 끄고서는 아직 캣타워에 누워있는 콩떡이의 젤리를 한번 더 만지고서는 인사를 했다.

나랑 있는 동안 안 아프고 잘 놀아서 다행이었다.


내일도 내 옆에서 식빵을 굽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풀썩 누워버린 나는 어제와 달리 잠이 바로 오지 않아 꽤 뒤척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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