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당근라페 샌드위치

오늘은 어색하지만, 기분 좋은

by 판다찐빵

오늘따라 조용한 하루에 나른한 기분으로 서점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서점에 사람이 별로 없었고, 창밖을 툭툭 치는 비 소리를 음악 듣는 것처럼 듣고 있었다.


'날씨 좋네-'


실제로 좋은 날씨는 아니지만, 여유로운 기분에 좋게 느껴졌다.

들고 있던 먼지털이로 청소하는 척 툭툭치고 있을 때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윤 스탭님-"

"청소하러 왔어요?"


작은 목소리로 같이 땡땡이 치러 왔다는 말에 환영한다며 옆자리를 슬쩍 비워주었다.

들고 있는 걸레는 내 먼지털이와 마찬가지로 땡땡이를 가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둘이 나란히 앉아 꽤 오래 창밖을 보고 있던 우리의 정적은 유현스탭의 헛기침과 말에 깨졌다.


"크흠.. 제가 되게 맛있는 샌드위치 가게를 찾았는데 그 막 안 느끼하고, 엄청 맛있는데 같이 갈래요? 여기서 쫌 걷긴 해야 되는데 막 멀지는 않고 되게 조용해요!"


"왜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해요-"


가만히 듣고 있으니깐 뭔가 계속 추가되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

저번에 시간 되냐고 물어봤을 때가 생각나 잠깐 말을 기다렸던 것이었다.


그때는 아쉽게도 약속이 있다면서 엄청나게 속상해하며 약속을 취소한다는 걸 말리느라 고생했었다.

곧이어 다시 들리는 계단 소리에 빠르게 일어나 작게 말했다.


"완전- 기대하고 있을게요"



-



"카페 메뉴 뭐 있어요?"

"브런치카페여서 샐러드도 있고, 샌드위치도 있고.. 아! 당근라페도 있데요"

"당근라페 있어요?"


퇴근 준비를 먼저 마친 나는 테이블에 기대 알려준 카페를 검색해 봤다.

주택개조한 카페로 깔끔한 인테리어에 귀여운 소품들도 있고, 가게 내부도 넓어 보였다. ai가 분석한 리뷰도 조용하고 깔끔한 카페라고 적혀있는 걸 보니, 전체적으로 리뷰들이 그렇게 적어있는 듯했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유현 스탭은 해맑게 웃으며 나왔다. 카페로 가는 길에는 다행히 비가 그쳤고, 우산을 써야 돼서 나란히 가기 어려운 불편함이 줄어들었다.


뭘 먹을지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는 유현을 따라 메뉴를 살펴보던 나는 역시 당근라페를 먹어봐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당근라페 맛이 궁금해 직접 재료들을 사서 만들어봤지만, 생각보다 이게 맛있는 건가 하는 느낌이어서 판매하는 샌드위치는 어떤가 궁금했었다.


"친구랑 한번 가봤는데 맛있더라구요"

"나중에는 저희 서점 근처 치즈빵집 한번 가봐요-"

"맞다- 거기 치즈케이크가 진-짜 맛있데요"


치즈빵집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금방 도착한 카페는 아직 저녁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오는 시간 동안 메뉴는 결정했기 때문에 빠르게 주문을 끝낸 우리는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폭신한 소파에 앉으니 몸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앞을 보니 유현스탭도 마찬가지인 몸 상태인 건지 쿠션을 안고 녹아있었다.


일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같이 마주 앉아서 뭔가 먹는 건 처음인지라 조금 어색할 거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계속해서 전환되는 화재와 마침 나온 맛있는 음식까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역시 내가 한 것보다는 맛있네요"

"윤 스탭님은 보통 요리해서 드시나요?"

"음.. 간단한 거는요? 배달 음식을 좋아하지는 않아서요"


말을 끝내고, 샌드위치를 한입 더 먹었다. 부드러운 크림치즈, 느끼한 맛이 강하게 나지 않도록 해주는 아삭하면서 상큼한 당근. 소스의 차이인가 천천히 먹어보면서 뭐가 다른 건가 분석을 하고 있었다.

말하면서 계속 먹다 보니 먹으니 야채가 가득 들어있어서 그런지 양이 많지는 않은데 포만감이 컸다.


"내일은 뭐 할 거예요?"

"일단 내일 일어나자마자 요 샌드위치를 먹을 것 같긴 해요"


당근라페 옆에 있던 루꼴라 샌드위치도 궁금했기에 집에 가기 전 포장해서 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크게 남은 마지막 조각을 한입에 넣어버렸다.

내일 아침부터 맛있는 걸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맘에 들었다니 다행이에요-"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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