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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Mar 04. 2024

화요일은 그만



월요일마다 잠에서 깨어나는 일이 쉽지 않다. 몸이 좀체 깰 줄을 모른다. 일주일의 시작인데 마치 잃어버린 휴일을 맞이한 듯 몸이 파업을 선언한다.


지난 일주일에 너무도 지쳤기 때문일 것이다. 퇴사 후 경계없는 평일과 주말을 보내고 비로소 다시 혼자가 된 월요일을 휴일처럼 느껴졌을 테지.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 루틴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이렇게 깨닫는다.


나는 조금 무너진 삶을 살고 있음이 틀림없다. 당장의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마음껏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방만은 선물처럼 주어져 있다. 급할 것이 없기 때문에 내일로 내일로 자꾸만 숨는다. 지금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작은 계획들을 언제까지고 미루길 원한다. 


월요일을 되찾기 위해서는 일요일에 최대한 일찍 잠들어야 한다. 지나치게 피곤해서도 안 되고 그저 휴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적어도 월요일에 지장이 없다. 나는 여느 직장인들처럼 월요일로 일주일을 시작하고 싶다. 


생각은 너무도 간절하지만 결심에 불과하다, 오늘까지 그랬다. 다음주면 다를 수 있을까. 매일의 활동을 결심하는 일은 허무맹랑한 시도 같다고도 생각한다. 깨려고 하는 약속인 것처럼.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르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싶다. 가능하지 않을까, 내일이라도 건강하게 시작한다면.


이번 주,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까지 단 몇 번을 제외한 일주일의 시작은 화요일이었다. 내 일주일의 하루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월요일마다 설레는 일을 심어둘 필요가 있음을 깨닫는다.


당장 다음 주 월요일엔 오스카 시상식 중계가 있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하니까 남편의 출근을 돕고 나서 다시 잠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나를 설레게 하는 일이니까. 


내일은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선약이 있고, 모레엔 이 약속 때문에 미뤄둔 전시장 방문이 예약돼 있다. 텅 빈 일주일을 채운다는 것. 무용한 일과를 채운다는 죄책감과의 싸움은 자꾸만 나를 게으르게 만든다. 더는 나 자신이 게으르다는 사실에 속지 않고 일주일을 제대로 시작하고 싶다. 


오늘까지. 앞으로 몇 번 실패하더라도 조금은 너그럽게 월요일을 회복하길 원한다. 바라는 마음은 하나님이 지켜주시리라는 굳은 믿음이 내게는 있다. 


과식은 숙면을 방해하기에 저녁은 아주 가볍게 먹었다. 내일은 조금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싶기 때문이다. 조금씩 나아지는 방향으로 내일을 살아가고 싶다. 더는 미룰 수도 없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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