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트럼프는 위기를 초래하는가

by 바오

위기란 본래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만들어내는 위기들은 무엇을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관세 전쟁과 경기 둔화 압박은 얼핏 충동적이고 무질서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꽤 일관된 설계가 보인다. 트럼프는 위기를 우연히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이 설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이 처한 구조적 모순부터 봐야 한다. 자유무역 체제 아래에서 미국은 소프트웨어, 금융, 플랫폼 같은 ‘비트의 세계’를 장악하는 대신, 제조라는 ‘원자의 세계’를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넘겨주었다. 세계의 과잉생산을 흡수하는 거대한 소비 시장 역할은 미국이 맡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미국은 생산의 기반을 잃어갔다. 모든 것을 소비하지만 점점 덜 생산하는 제국, 그것이 지금 미국이 맞닥뜨린 가장 깊은 모순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 모순 속에서도 여전히 가장 강력한 특권을 가진 나라이다. 불안을 만들어내는 쪽이면서 동시에 그 불안의 피난처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위기가 커질수록 사람들은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결국 달러와 미국 국채로 몰려간다. 미국은 위기를 만들면서도 그 비용을 자신만 온전히 떠안지 않아도 되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다. 흔들리는 쪽은 대개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를 쓰고, 에너지를 수입하며, 자본 유출에 취약한 나라들이다. 트럼프는 바로 이 구조적 특권을 누구보다 노골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이다.


이런 특권 위에서 트럼프가 꺼내든 첫 번째 무기는 관세이다. 표면적으로는 보호무역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공급망 전체의 안정성을 흔드는 압박 장치에 가깝다. 높은 관세는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수출국의 기업과 정부를 압박하고, 기업들은 미국 안에 공장을 짓거나 제3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며 공급망을 재편하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관세 그 자체보다 관세가 만드는 불확실성이다. 관세율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공포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가장 안전한 보험이라는 신호를 준다. 어떤 선택을 하든 비용은 외부로 전가되고, 그 결과 생기는 자본 이동은 미국의 재산업화로 흡수된다.


하지만 관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산업 구조는 관세 몇 번 올린다고 저절로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식 재편은 경기 둔화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압박을 밀어붙이고, 그 충격은 연준의 금리 인하로 완충되기를 바라는 모순된 조합을 내포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기 침체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메커니즘이다. 침체가 오면 기업은 더 이상 비효율을 버티기 어렵고, 노조도 끝까지 저항하기 어려워진다. 자동화와 AI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수단이 되고, 변화에 실패한 레거시 기업들이 무너지면 기술과 자본을 가진 기업들이 그 자산을 싼값에 인수하며 산업 지형을 다시 짜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경기 하강이 아니라, 누가 살아남고 누가 퇴장할지를 다시 정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위기는 자연재해가 아니다. 누군가가 비용과 수혜의 방향을 다시 배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사건이다. 위기의 원인을 만든 자가 다시 그 위기의 해결자로 등장하는 것, 이것이 오래된 권력의 문법이다. 트럼프가 만드는 위기가 어디까지 갈지, 그것이 정말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벌어지는 일이 단순한 충동이나 우발적 혼란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쇠퇴하는 제국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질서를 다시 짜기 위해 선택한 매우 의도적인 방식이다.


결국 트럼프가 위기를 초래하는 이유는 위기를 싫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위기야말로 미국이 감당해야 할 비용을 바깥으로 넘기고, 자본과 산업, 권력을 다시 미국 중심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보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관세도, 경기 침체의 압박도, 더 넓게는 세계를 흔드는 긴장 자체도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트럼프는 위기를 해결하는 정치인이라기보다, 위기를 설계하고 그 피난처를 다시 미국으로 만드는 정치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트럼프는 쇠퇴하는 제국이 선택한 가장 미국적인 형태의 정치인인 것이다.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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