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넝하떼여~"
이제 막 15개월이 된 막내가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누군가 만났을 때 건네는 말이다. 아직 시옷 발음이 안돼 한층 더 귀엽게 들리는 그 인사말은 사람들에게 놀람과 미소를 안겨준다. 하나같이 몇 개월인데 벌써 말을 하냐고 묻는다. 정확히는 14개월 어느 날부터 시작됐고 기분이 좋을 때는 허리를 숙여 제대로 된 인사를 보여주기도 한다. 남편은 벌써부터 '천재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호들갑이지만 그 내막을 아는 나로서는 피식 웃음이 날 뿐이다.
작년에 갑자기 찾아온 막내가 마냥 예쁘긴 했지만, 그 예쁨에 정신 팔릴 새가 없었다. 나에겐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한 남매 쌍둥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글도 다 떼지 못했고, 밑도 제대로 못 닦았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도 안 잡혀서 모든 게 엉망이었다. 그 걱정 때문에 7개월인 막내는 본격적으로 문화센터가 아닌 쌍둥이의 등하교와 학원 픽업을 따라다녀야 했다. 어느 날은 하루에 4~5번을 학교에 갔다, 학원에 갔다 해야 할 때도 있었다. 다행히도 막내는 유모차에서 우유도 먹고, 떡뻥도 먹고, 낮잠도 자면서 그럭저럭 잘 지냈다.
그 안에서 막내가 매일 같이 보고 들은 게 하나 있었으니 바로 '안녕하세요~'였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데다가 각자 다른 반인 쌍둥이 때문에 내가 등하굣길에서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은 엄마들은 다른 엄마들의 두 배였다. 초보 학부모의 열정으로 미소를 풀 장착하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넸고 또 '안녕하세요~' 인사를 받았다. 그렇게 막내가 14개월이었던 지난 9월까지 '안녕하세요'를 들은 횟수를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니 총 1400번이었다. 이건 평일 등하굣길에서 만난 엄마를 최소 5명으로 잡았을 때이고, 그 외에 학원선생님이나 이웃, 친척 등을 만나고, 주말까지 포함하면 족히 2000번은 되지 않을까 싶다.
다들 14개월이 벌써 문장을 말하냐고 하지만 7개월 동안 '안녕하세요'를 2000번 정도 들은 것에 비하면 느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더불어 막내는 초등학생 언니오빠 덕분에 다양한 언어자극까지 받고 있다. 엄마가 아무리 소통을 잘한다고 해도 결국 일방적 소통일 뿐이고 쓰는 단어 역시 한정적이다. 하지만 우리 집 막내는 나의 한정적 단어, 언니의 한정적 단어, 오빠의 한정적 단어로 다양하게 소통을 당해서(?) '천재가 아닌' 천재의 기운만 느껴지는 발달 수준을 이루었다.
어찌 됐건 우리가 첫 아이를 낳고 첫 부모가 되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실수를 안 할 수 없다. 그동안 부모 되는 법을 배운 것도 아니고 체험이나 연습을 한 적도 없으므로 당연하다. 이 실수를 실수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 다시 기회를 가져야 하는데, 그 기회는 둘째를 낳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는 팁을 주자면 최소 4살 이상은 차이 나는 게 좋다. 그래야 첫째가 사랑을 경쟁하지 않고 사랑으로 둘째를 봐줄 수 있다. 첫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래야 엄마도 살고, 둘째도 살 수 있다. 다행인 건 둘째 덕분에 첫째가 둘째처럼 항상 예뻤다는 것, 그리고 내가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일단 둘은 낳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