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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Oct 26. 2023

프롤로그

임신도 결혼처럼 계획대로 될 줄 알았다.


식장부터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신혼여행, 신혼집, 혼수까지 형편과 취향에 맞춰 결혼준비를 쉽게 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임신은 밤낮으로 노력해도(?) 쉽게 되지 않았다. 희미한 두 줄의 희망조차 보이지 않자 산부인과에 갔고 난임판정을 받았다.


결혼 6년 만에 시험관시술을 통해 남매 쌍둥이를 임신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몸의 변화로 불안의 나날이 이어졌다. 출산일은 쌍둥이라 한 달 전에 잡아놨음에도 불구하고 3일 전에 양수가 터져서 응급수술을 해야 했다. 이후의 육아는 말해 뭐할까. 계획이고 나발이고 내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남매 쌍둥이가 8살인 지금도 육아는  모르겠다. 당시에 유행했던 육아서, 육아프로그램 등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1살의 내 아이, 2살의 내 아이, 3살의 내 아이에게 딱 맞는 육아법은 찾기 어려웠다. 어제의 상황과 오늘의 상황이 달랐고, 지난달의 아이와 이번달의 아이가 달랐다. 아이는 빠르게 성장했고, 걱정과 불안을 달고 사는 나로서는 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기만 했다.


불안했던 7년의 육아가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갑작스러운 셋째의 탄생이었다. 첫 번째 임신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는데, 두 번째 임신은 (계획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적이라고 생각했. 같은 아이가 젤리곰이 되고, 그 심장 뛰는 소리가 진료실울려 퍼지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출산 후 유리창 너머로 꼬물거리던 아이를 처음 본 그날을 잊지 못한다.


내 나이 마흔엄마로서 다시 첫걸음을 내디뎠다.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같이 울고 었던 예전과 달리, 그 울음소리가 듣기 좋았다. 세상에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내는 악기가 있다면 그 연주는 얼마나 예쁠? 한편으론 그동안 불안의 끝에 서 있던 남매 쌍둥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도 같은 상황이었는데 아니, 더 나은 상황이었는데 난 울고 있었다.


세 아이를 육아하면서 힘든 게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재육아를 하면서 오롯이 느끼는 기쁨과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다. 더불어 그 가득하고 좋은 마음을 나의  아이들에게 온전히 돌려주고 싶다. 이미 받았던 그 마음을, 불안으로 몰랐던 그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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