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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호 Mar 17. 2016

세월을 담아내면

가치는 올라간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보타닉 가든


한 그루의 나무.

한 그루의 가치.


식목일이 다가오고 있다. 언젠가부터 공휴일에서 그저 평범한 평일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요즘은 나무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말도 못 하게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있고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그리고 나무는 세월이 더해질수록 그 값어치가 비싸진다는 것이다.


1년, 5년, 10년 시간에 따라 그 값은 천지차이다. 나무의 가격은 왜 그렇게 비쌀까?

간단하다. 인위적으로 나무의 세월을 더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년 동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감당해낸 경험의 가치를 우리는 하루 만에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큰 나무일수록, 가치가 비례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치를 인정한다. 


내 키는 무슨 끝이 보이지 않도록 큰 나무를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 몇백 년 아니 천년이 넘은 나무도 있을 것이다.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키고 그늘을 만들어주고, 공기를 맑게 해주었을 것이다.

바라는 것 없이 항상 그대로 있어준 것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뿌리가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거나, 썩으면 곧 나무의 생명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뿌리는 근본이요, 삶의 영양분이다. 부모님도 우리의 뿌리다. 나의 근본이고, 내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늘 그늘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영양분을 계속하여 흡수해준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뿌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흙속에서 말없이 도와주고 있을 뿐이다. 하나 나무에게는 뿌리가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듯이 우리에게도 부모님이 없으면 나라는 존재 자체가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나의 근본인 뿌리를 알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면 과연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부모님의 좋아하시는 음식은 무엇인지, 즐겨 듣는 음악은 어떤 것인지, 어떤 취미 생활을 하실 때 즐거워하시는지 궁금해해야 한다. 알아야 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알고 싶어 지는 것이라고 했다. 사랑할수록 그 사람에게 궁금증이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꽃은 무엇인지, 어떤 장르에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우리는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알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부모님에 대한 노력은 부족하다. 좋아한다고 하면서 많이 알고 있지 못하다. 


알아갔으면 좋겠다. 부모님을 알게 되면, 곧 나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들을 사랑하면 곧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세월의 경험을 무시 못하듯이 부모님은 많은 경험과 시간을 보냈고 지금의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넌 늙어봤냐, 난 젊어봤단다'라는 노래의 제목처럼 부모님에게도 젊음이 있었고, 그들만의 생활이 있었다. 그 가치. 우리는 오래된 고목의 가치처럼, 내 곁에 있는 부모님과 어르신들의 가치를 배우고 인정해야 한다. 세상의 단 하나밖에 없는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사랑해야 한다. 세월을 담아내면 그 가치는 계속해서 올라간다. 어느 순간 마침표에 더 다가가고 있는 느낌을 받거나, 힘이 없으신 모습을 발견한다면 더더욱 그 가치를 사랑해야 한다. 


우리에게도 곧 그런 순간들이 다가올 것이고, 누구에게나 세월은 다가가기 때문이다. 

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 내 곁에 머무는 사람. 아마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뿌리가 좋아하는 흙을 알지 못하면, 나는 더 성장할 수 없다. 뿌리 없는 나무는 없듯이 부모님 없는 자식은 없다. 흙을 뚫고 나오는 노력과 사랑이 없었다면 따스한 햇빛을 맞이하지 못하는 것처럼, 세상이라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기. 


그렇게 나의 뿌리를 더욱더 사랑할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 한 그루의 가치. 그리고 한 사람의 가치를 알고 있으니까.

세상에 하나 있는 것은 모두 다 정말 소중하다.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만 더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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