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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호 Apr 08. 2016

나로부터 시작된다

피는 것도, 지는 것도

나는 오늘 아침 한번 더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천근만근 무거운 두 눈을 번쩍 뜨는 일은

어지간히 나에게 어려운 일이다.

일어나 보니 구슬구슬 비가 내리고 있다.

봄이라는 녀석으로 인해 들뜬 마음을 조금은

가라앉히라고 하는 것 같다.


꽃이 피었고, 꽃잎이 떨어지고 있다.

봄이라는 계절은 순간 우리의 마음을 흔들었고,

이제는 나무에 있는 꽃들을 흔들어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벚꽃엔딩이 되어간다.


봄이라는 기준은 나에게 조금 애매모호하다.

어디서부터 시작이고, 어디서부터가 끝인지 흐릿하다. 일렁이는 바람이 산뜻해지기 시작할 때쯤이고,

이제는 여름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인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알겠는 것은 봄은 왔었고, 또 지나간다는 것이다.


세상의 기준은 나다.

내 마음이 봄이면, 난 봄 그 자체다.

하지만 내가 겨울이면, 온 세상이 얼음 투성이다.


나는 좋은 아들이 되지 못하면서,

좋은 부모님이 되어주길 바란다.

나는 사랑스러운 애인이 되지 못하면서,

좋은 여자친구가 되어주길 바란다.

나는 듬직한 친구가 되지 못하면서,

내 곁에서 날 지켜주길 원한다.


세상은 나로부터 출발이고, 나로 인해 시작된다.

나로부터 시작인데, 너로부터 계산한다.


give and take 지 take and give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받고 주는 것이 아니라 준 만큼 돌아온다는 것.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

공감도, 감정도, 표현도 언젠가는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나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 남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마음도, 감정도 느끼지 못하면 아무리 따뜻할지라도 무용지물인 것이다.


생선을 담으면 봉투는 비린내가 베이고,

과일을 담으면 상큼한 향이난다.

마음 속에 봄을 담을 수 있었으면 한다.

내면에 꽃 한송이 피어있는 사람.

참 예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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