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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팰럿Pallet Oct 25. 2020

농막의 소소한 월동 #1

이르지 않아, 여긴 양평이야

출퇴근 길에 보면 사람들의 옷차림이 달라지고 있다. 벌써 롱패딩을 꺼내 입는 사람부터 트렌치코트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까지. 겨울과 가을이 섞이는 계절이 왔다.


계절이 섞이는 이 시기에 양평은 어떨까?

한마디로, 정말 춥다. 해도 짧고. 그래도 아직은 해가 텃밭을 가득 비추는 오전부터 한 낮까지는 따뜻하다. 하지만, 4시가 조금 넘으면 해가 서쪽 산으로 숨어서 그늘로 금세 채워지고, 난로를 꺼버린 창고처럼 온기는 사라진다. 8시가 조금 넘는 저녁이 되면 오들오들 떨려서 패딩이나 털조끼를 입지 않고는 밖에서 몇 분 버티기도 어렵다.


겨울은 그렇게 빨리 오고 있다. 진짜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준비가 필요했다.


창고를 겨울용 쉼터로 정리해볼까


자재정리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농막 외에 창고 컨테이너도 한 동이 있다. 이 공간은 온갖 기물과 팰럿 목재들로 가득하고, 제대로 정리가 안되어 있었다. 정리하면 충분히 넓은 공간이기에, 우리는 이 공간을 잘 활용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창고 정리로 시작했다. 창고에 있는 세면실 공간을 자재창고로 삼았다. 세면실로만 썼던 공간이라 그런지 좌변기가 없다. 그래서 이 공간은 활용도가 높았다. 능형망, 목재, 스티로폼, 고추 지지대, 호스 등 각종 자재를 차곡차곡 쌓았더니, 창고 안의 짐 1/3이 정리되었다.


공간 분리

기존의 창고는 그냥 자주 쓰는 순으로 문에서부터 나열하듯이 정리를 해 뒀었다. (안타깝게도 사진은 없다)

다란 공간이니, 구획을 나눠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안쪽 공간은 우리가 난로를 피우고 겨울철에 목각도 하고, 노는 공간. 바깥쪽은 기존처럼 창고 공간으로 잡았다.

대충 그려보면 창고 안의 모습은 이렇다

그리고 집에서 쓰던 등유난로를 가지고 왔다.

난방을 안 켜도 훈훈하게 해 주던 난로

이 등유난로는 겨울철에 거실에서 쓰려고 구입했는데, 사용할 때는 괜찮지만 켜고 끌 때 기름 냄새가 조금 나서, 점점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갔다. 하지만 농막에 들여놓으니, 다시 좋은 친구가 되었다.

난로는 창고에서 문을 열어두고 잠깐만 틀어놔도 꽤 훈훈했고, 기름 냄새도 느낄 수 없었다. 여기에 주전자를 올려 따뜻한 차를 마실 수도 있고, 고구마나 밤을 올려 겨울 간식도 해 먹을 수 있으니 좋다.


서랍, 선반 정리와 통나무 의자

그 밖에도 창고 내에 물품들을 구별하여 선반과 서랍에 정리를 해서 넣었다. 불필요한 벽 부착물들은 걷어내고, 농막 뒤편 쓰러진 소나무도 톱질을 해서 운치 있는 통나무 의자를 만들었다.

쓰러져 있던 노송이 잘 말라서, 통나무 자르기가 수월했다.


이 정도면, 겨울철에도 일하다가 잠시 들어와 난로 불에 몸을 녹이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는 충분할 것 같다.


동파방지

겨울철에 가장 큰 걱정은 수도관이 터지거나, 지하수관이 얼어버리는 사고다. 요즘 나오는 농막들은 기본적으로 변기나, 온수기의 물을 빼는 설비가 되어서 나오기에, 아주 추운 겨울이 되면 미리 물을 빼고 사용을 할 때만 켜 두면 된다. 하지만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관들은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온도 센서가 달려있는 열선 정도는 구비하는 게 좋은데, 필요한 길이를 잘 측정해서 딱 맞는 열선을 구매했다.

동파방지 열선은 이렇게 생겼다.

설치도 어렵지 않은데, 보온재가 싸인 파이프나 수도관이라면 파이프를 따라 일자로 부착하면 된다. 파이프 자체가 노출되어 있거나 보온재 처리가 되어 있지 않다면 꽈배기처럼 사선으로 열선이 서로 겹치지 않게 말아주면 된다. 열선은 딱 필요한 길이만큼 구매해야 한다. 고추끈이나 줄자를 활용해서 정확하게 사용 길이를 측정하자. 만약 길이가 남아서 같은 자리에 칭칭 감게 되면 합선 및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나는 보온재 안쪽으로 일자로 설치한 뒤에 보온재 바깥쪽에도 전기테이프를 감아서 냉기가 들어가지 않게 마감을 해 보았다.

온도 센서는 영상 5도 밑으로 내려가게 되면 자동으로 열선이 동작하도록 되어 있다. 지금부터 켜 둘 필요는 없겠지만, 좀 더 추워지는 계절에는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지하수 모터실 안에도 스티로폼재를 벽면에 둘러싸고 보온재로 파이프 하나하나를 감싸줬다. 그리고, 다시 스트리폼으로 위를 막아주었다. 모터실 뚜껑도 보온재로 잘 싸서 냉기를 막아줬다. 습기가 안찰까 모르겠다. 겨울에 날씨 보고 이불을 준비해봐야겠다. 아파트 수거함에 이불 버리는지 잘 지켜봐야겠네.


출입문 보온처리

농막의 출입문은 보통 현관문으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재질의 철문이다. 겨울철에는 내외부 온도차가 커서 출입문에 수증기가 달라붙어 물이 줄줄 흐를게 뻔하다. 그러니, 출입문 바깥쪽에 비닐 문을 달거나, 철문 안쪽에 스티로폼 보온재, 뽁뽁이 등을 부착해서 물이 흐르는 것도 방지하고, 추운 겨울의 냉기가 농막 안에 들어오는 것도 막는 게 필요하다. 우리는 문 말고도 출입구와 주거공간 중간에 커튼을 설치했다. 공간 분리도 되고, 냉기도 덜 들어와서 괜찮은 것 같다.

아내가 직접 만든 커튼이 멋스럽다


신발장 설치

다른 계절이야 뭐, 신발이 밖에 있어도 문제가 크게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계절이 되었다. (서리가 내려 얼다 보니, 아침에 신발을 신을 수 없을 지경이 된다.) 농막에 안에 신발장 둘 공간이나 신발장을 안 만들어서, 이번에 이케아에 가서 신발장도 구매했다. 벽에 부착하는 형태의 납작한 제품이라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아 좋다. 추천한다!

이케아 트로네스 신발장. 깔끔하다.

서리가 내린 밭

우리의 밭은 거의 변화가 없다. 다만, 아침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해서 작물이 좀 덜 자랐지만 거둬들여야 할지 고민 중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작물들을 보면 내 옷이라도 덮어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서리 맞은 텃밭의 아침

확실히 농막 땅은 흙이 좋지가 않다. 돌도 너무 많고, 물을 뿌리면 굳게 굳어버린다. 그래서 내년에는 퇴비함도 만들고, 산에서 오랜 기간 쌓이고 쌓인 잘 부패된 낙엽도 많이 긁어와서 기름진 땅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려고 한다.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농부님들의 작물에 비하면 꼬마꼬마 하다.


밤은 이전의 계절보다, 저번 달보다 더 빨리 찾아온다. 왜 이렇게 빨리 찾아오나 했더니, 보여주고 싶은 별들이 많아서였나 보다.

정말 맑고 쏟아질듯한 하늘이다. 사진으로 담기에는 정말 얄팍하기 그지없다. 실제로 보면 오조오억 배 더 멋진 밤하늘과 별들이다.

별이 쏟아지는 밤
오리온자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별들이 아름다운 만큼 추운 밤이 시작되고 있지만, 이 추운 겨울 또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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