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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팰럿Pallet Nov 04. 2020

농막의 소소한 월동 #2

미뤄왔던 일들을 마무리 짓고


농막 취득세를 내다


준공승인이 났다는 건축사사무소의 말에 기뻐하며 한 2주일 정도가 흘렀을까, 취득세 우편물이 오지 않아서 의아해하던 터에, 검색을 해보고서야 자진신고를 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우편으로 올 거라고 했기에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기다렸건만..

양평군청에 갔다. 인터넷으로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신청서 상에 어떤 걸 누락하고 제출해도 채워주는지 알 길이 없었기에 그냥 직접 방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세무과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다. 농막 가격을 적어야 하는 란도 있었는데,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르기도 했고, 기준에 대해서도 궁금했기에 대략 채워서 제출했더니, 묻지도 않고 "네, 알아서 해드릴게요." 하고 취득세 납부서 겸 영수증. 그러니까 지로용지를 바로 발급해 주었다.


아래와 같은 형태의 영수증을 받고 집으로 와서 온라인 납부를 했다.

취득세를 내니 마음이 개운해진다

이렇게 하여, 농막 준공승인부터 취득까지의 절차가 모두 끝났다.



나무 계단을 만들다


농막 동편 데크에서 북편으로 가는 쪽에 계단이 없다. 그래서 북편에 있는 나무들에게 물을 주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언젠가는 계단을 만들어야지 하며 계속 미뤄왔는데, 아랫집의 계단의 모습을 유심히 보고 직접 제작을 해 보았다. 나무는 아파트 재활용 수거장에 버려진 침대 갈빗살 목재를 활용했다.

계단 단마다 홈을 파서 디딛는 나무판을 끼우고 나무못으로 고정을 했다. 만들고 나서 스테인 오일까지 발라주니 그럴듯한 모습이 되었다. 일주일 뒤에 다시 밟아보니, 좀 더 단단하게 잘 자리 잡은 느낌이다.

지금은 바닥을 벽돌로 대충 높이만 맞춰두었는데, 나중에 제대로 시멘트를 부어 바닥 마감을 해야겠다.

어설프지만, 꽤 튼튼한 계단



대문 울타리를 완성하다


대문을 만들고 오른쪽 편에 틈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대문으로 잠가둬도 옆으로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는 허술함이 있었다. 그래서 울타리를 마저 만들어서 채워줬다.

이렇게 만들어둬도 마음만 먹으면 넘어올 수야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정도 해 놓으면 억지로 넘어오진 않을 테니, 충분히 경고와 경계의 의미는 될 것 같다. 아직, 큰 대문 아래쪽의 넓은 공간 처리는 미흡하지만 다음 해에 마감을 할까 한다.

이제야 대문이 완성된 느낌이다




정원 울타리를 만들다


정원에서 나온 돌멩이들과 흙으로만 정원의 경계를 만들곤 했는데, 경계답지 않다 보니 오며 가며 정원을 밟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정원 경계 울타리를 간단하게 만들었다.

정원 울타리가 왠지 멋스럽다

빽빽하진 않지만, 적당히 떨어뜨려 세워둔 울타리가 나름의 운치를 만드는 것 같다.


해가 많이 짧아지고, 이젠 점심이 조금 지나면 추워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고기를 구워 먹는 것도 점심이 더 낫다. 오랜만에 화로를 이용해서 삼겹살을 구웠다. 공기구멍이 적어서 연기가 잘 빠지지 않았기에, 이번에는 뒤쪽에 공기구멍을 두어 개 더 만들어줬다. 벽돌 위치만 조금 조정해 주면 되는 거라 크게 어려움도 없다.

화로 쌓는 방법은 유투브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내 나름의 방식으로 여러 차례 다시 쌓아보면서 우리에게 맞는 적당한 화로 쌓기 방법을 찾았다. 아래 사진만 보고도 누구든 쉽게 쌓을 수 있을 것 같다.

화로 벽돌 쌓기에서 중요한 건 제일 아랫단을 쌓고 그 위에 철망을 올려 주고 쌓는 것인데, 이렇게 해야만 철망 위에 얹어놓은 나무들이 아래쪽으로 공기가 잘 통하면서 완전연소가 된다. 완전연소가 되니 무쇠 팬에 구워지는 삼겹살은 가스불 삼겹살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고소하고 풍부한 맛을 선사한다.

벽돌로 쌓은 화로가 제 역할을 한다



퇴비함을 만들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하는 게 우리 부부의 작은 목표다. 그래서 그 시작을 위해 아내는 퇴비함을 만들었다. 퇴비함에는 산에서 긁어온 낙엽과 우리가 먹고 버린 과일의 껍질, 솎아낸 채소의 이파리, 커피 원두 가루 찌꺼기 등을 채워 넣는다. 채워진 예비 퇴비들은 내년 우리 텃밭의 양분이 될 예정이다.

특히 낙엽은 좋은 퇴비다. 낙엽으로 퇴비를 만들면 낙엽 속의 탄소가 퇴비 속에 축적이 된다. 이를 농작물에게 뿌려주면 더없이 좋은 양분이 되는 것이다.

가을이 선사한 단풍이라는 선물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낙엽이 되었을 때, 이를 다시 식물에게 돌려주는 순환을 만드는 것. 지속 가능한 농업의 작은 시작이다.

아내가 퇴비함을 만들고 있다. 혼자서도 잘한다.



당근 수확과 월동준비


몇 주간 양평에 오기 어렵게 되었다. 연말이라 그런지 주말에 아이의 일정, 가족의 일정이 채워진다. 그래서 더 추워지기 전에 당근을 수확해야 했다. 몇 주는 더 두고 제대로 큰 당근을 보고 싶었지만, 날씨가 제법 빨리 추워지기도 하고, 심은 당근이 많기도 해서 미련 없이 뽑기로 했다.

아내와 딸과 함께 쑥쑥 뽑아낸 당근. 정말 만화에서 보던 당근처럼 참 귀엽고 예뼜다. 그 맛도 당근답게 정말 달았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에 가득 채워지는 강한 당근의 향. 그 향이 얼마나 좋은지 시중에서 파는 당근과는 정말 천지차이였다. 당근을 싫어하는 사람도 맛보면 한 입 더 먹고 싶어 지는 그런 맛이었다.

무와 대파는 추위를 견딜 수 있게 보온비닐을 쳐 주었다. 대파는 영 힘이 없어서 안타깝다. 그래도 11월은 더 지켜보려고 한다.



캠프화이어


농막에서 그렇게 오래 시간을 보냈는데도, 저녁에 모닥불을 한 번 제대로 지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나름 가족 캠프화이어 행사도 했다. 산에서 쓰러진 나무와 나뭇가지를 끌고 와서 톱으로 잘라 넣고 불을 피웠는데 타닥타닥 타는 소리, 그리고 팝콘처럼 터지는 불꽃의 향연. 반년 간 열심히 일궈온 우리의 농막과 텃밭에 대한 축하 행사처럼 밤이 깊어갔다.

오랜만에 신나게 모닥불놀이를 했다



분명 하늘과 숲은 아직 가을 같은데, 겨울이 성큼 와 있다. 그래도 낮에는 가을을 한껏 느낄 수 있어서 아내와 시골길을 걷는다. 숲의 소리는 아직 가을 언저리에 있고, 옷에 스미는 바람은 겨울 냄새를 풍기고 있다.

걷는 게 참 좋은 요즘이다. 일도 일이지만, 풍경 속에 걸으며 소소하게 사는 이야기를 아내와 나누다 보면 행복이 뭐 별건가. 이런 게 진짜 행복이지 하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진다.

양평은 오늘도 물들어가고 있다.

몇 주 뒤에 다시 방문할 양평을 기대한다.

그때까지 잘 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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