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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팰럿Pallet Mar 05. 2021

꽈배기의 마술

꽈배기의 멋

꽈배기의 멋

최민석 작가의 '꽈배기의 멋'이라는 책이 있다.

회사 동료가 예전에 정말 재미있다고 추천해 준 책인데, 주말에 서점에 들렀다가 생각이 나서 찾아보았다.

 책을 펼쳐서 쓰윽 둘러보는데, 이런 문장이 눈에 띄었다.


꽈배기는 유기농을 넘보지도, 장인의 위치를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확실히 자기 자리에 버티고 서서, 고운 갈색과 흰 설탕이 눈처럼 박힌 자태를 내보일 때까지 뜨거운 기름과 간지러운 설탕을 견뎌낼 뿐이다. 나는 이게 '꽈배기의 멋'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문장이지만, 꽈배기를 바라보는 애정과 오래된 감정이 느껴진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래 이어온 인연처럼 느껴지는 물건, 장소, 음식들이 있다. 나에게도 꽈배기는 그러한 간식거리 중 하나다.




꽈배기는 특별하다

예전에 글에 썼던 것처럼. 남들도 있을 법하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있다.


요즘은 배달로도 시켜먹고, 맛집이 있을 정도로 꽈배기의 위상도 많이 올라갔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꽈배기를 비싼 값에 팔지 않는다. 물가가 오르고,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건 꽈배기는 여전히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도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간식이다.


집에서 만나는 꽈배기

내가 꽈배기를 사 오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던 아내.

하지만, 딸아이의 폭풍 성장기. 잠깐의 움직임에도 배고픔을 느끼는 이 시기가 되니, 아내는 간식 고민에 오후를 시름시름 앓기도 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오랜만에 꽈배기를 바삭하고 노릇하게 튀겨냈다.

튀겨낸 꽈배기는 김이 한 번 날린다. 그리고 종이 봉지에 하얀 설탕을 적당히 채우고, 갓 태어난 꽈배기를 넣고 흔들흔들해 주었다가 꺼내면 먹음직한 꽈배기의 자태가 드러난다.

아내가 간식으로 튀겨낸 꽈배기. 사진 좀 잘 찍을 걸..

최민석 작가가 말했던 그 장면이, 그 평범한 멋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따뜻한 꽈배기를 한 입 깨물을 때마다 '바싹!' 소리는 설탕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떨어진다. 와우!

오물오물하며 몇 입 베어 물으면, 립글로스 바른 듯 기름이 입술의 윤기를 더한다. 건강해지는 느낌!

이 놈이 꽈배기는 꼭 두 손가락으로 집어서 먹어야 맛인데, 다 먹고 나면 손가락에 묻은 설탕을 쪽쪽 빨아줘야 소임을 다하는 기분이 든다.


밀가루, 물, 설탕, 기름 정도의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재료.

이 재료가 사람을 순식간에 행복하게 만든다.

이건 정말 높은 가성비의 마술 아닌가?


꽈배기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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