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엔 팬케이크
차곡차곡 쌓을 때는 중간에 얇게 버터를 썰어서 얹어주고 위에 계속 샌드 해주면 좋다.
막 구워진 팬케이크의 열기로 버터가 사르르 녹아서, 팬케이크에 부족한 풍미를 한 껏 올려준다.
그리고 마무리로 꿀이나 메이플 시럽 같은 것을 뿌려준다. 시럽이 팬케이크의 가장자리를 타고 촤르르 밑으로 흘러내려야 먹음직스럽다. 사진 찍기도 좋고.
다 했으면, 이제 잘라보자.
그냥 먹어도 되지만 이건 팬케이크니까, 케이크처럼 잘라주는 게 조금 더 기분이가 좋다.
잘린 단면을 보는 재미도 있고, 한 번 더 자르면 한 입에 넣기도 좋다.
허기진 아침에는 우아하게 먹는 것보다, 한 입에 쏙쏙 들어갈 수 있게 준비하는 게 밤새 비워진 위장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팬케이크 맛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팬케이크는 딱 그 맛이다. 우리가 아는 그 맛.
굳이 묘사를 해보자면 소파 같은 맛?
계란이 들어가니, 계란의 향이 잠시 스쳐 지나가고, 폭신하지만 안정적인 식감. 그러니까, 소파로 치면 앉았을 때 몸이 푸욱 안기는 소파 말고, 조금 딱딱하지만 오래 앉아도 덜 배기고, 누워있기보다는 앉아있으면 편한 소파 느낌의 맛.
구워지는 팬케이크가 하나씩 접시 위로 쌓아가면,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팬케이크 냄새를 맡고 식탁 위로 조금씩 올라온다. 손등까지 올라온 햇빛을 끌어다가 포크를 들어 입 안에 넣었을 때, 마치 햇빛을 받아, 따뜻해진 소파처럼. 따사롭고 적당히 폭신한. 그런 안정감의 맛.
따뜻한 소파에 앉았을 때 느낌 같은 편안하고 기분 좋은 맛.
엄청 특별하진 않지만 평범해서 더 기분 좋은 맛.
그래서 소파 같은 맛?
그런 맛이 생각날 땐 너무 어려워 말고 팬케이크를 구워보는 건 어떨지.
하늘이 유독 맑고, 햇빛 좋은 오늘 같은 가을날에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