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팰럿Pallet Sep 27. 2020

주말의 아침식사

커피엔 팬케이크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블라인드를 올리니 파란 하늘과 구름이 가을 아침을 쏟아낸다.

창문을 열어본다. 와락 안기는 가을의 차고 시원한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든다.

아내는 일어나서 거실에서 햇살과 마주하고 있다.


"아침 거리가 없다. 뭘 먹지?"


"커피는 어제 이케아에서 사 온 원두 한 번 내려볼까?"


"그래 조~오치! 그럼, 팬케이크를 할까?"


"조오치~."


예능프로그램 '여름방학'의 최우식 말투를 따라 하며 아침 식사를 결정했다.


팬케이크

아침에 밥으로 식사를 하지 않는 우리집에서는 곧잘 등장하는 아침식사 메뉴다. 보통은 빵집에서 사 온 식빵이나, 마트에서 사 온 시리얼, 과일가게에서 사 온 제철과일들로 대체하기 때문에 빈번히 먹지는 않는다.

하지만, 냉장고와 식품 보관함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음을 늦게 깨닫게 되었을 때, 그리고 아침에 뭐 사러 나가기 귀찮고, 가게 문도 열지 않았다면 대안은 없다.


약간의 우유와 계란만 남아 있다면 만만한 팬케이크를 만들어 본다.


팬케이크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아내도 만들고, 나도 만들고, 올해 열 살인 우리 딸도 잘 만든다.

레시피대로 섞기만 하면 되기에 기본 재료를 준비하는 건 일도 아니다. 다만, 예쁘게 굽는 게 아주아주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할 뿐.


약간의 노하우가 생기면 이렇게 차곡차곡 쌓는다.

사진은 맛있게 찍질 못하네..

차곡차곡 쌓을 때는 중간에 얇게 버터를 썰어서 얹어주고 위에 계속 샌드 해주면 좋다.

막 구워진 팬케이크의 열기로 버터가 사르르 녹아서, 팬케이크에 부족한 풍미를 한 껏 올려준다.

그리고 마무리로 꿀이나 메이플 시럽 같은 것을 뿌려준다. 시럽이 팬케이크의 가장자리를 타고 촤르르 밑으로 흘러내려야 먹음직스럽다. 사진 찍기도 좋고.


다 했으면, 이제 잘라보자.

그냥 먹어도 되지만 이건 팬케이크니까, 케이크처럼 잘라주는 게 조금 더 기분이가 좋다. 

잘린 단면을 보는 재미도 있고, 한 번 더 자르면 한 입에 넣기도 좋다.

허기진 아침에는 우아하게 먹는 것보다, 한 입에 쏙쏙 들어갈 수 있게 준비하는 게 밤새 비워진 위장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만약 더 배가 고프다면, 취향껏 여기에 계란후라이나 소시지, 베이컨 같은 단백질 가득한 요리를 곁들여도 좋고, 샐러드도 함께 하면 더욱 좋다. 우린 이 정도면 충분해서 커피만 준비했다.



소파 같은 맛

팬케이크 맛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팬케이크는 딱 그 맛이다. 우리가 아는 그 맛.


굳이 묘사를 해보자면 소파 같은 맛?


계란이 들어가니, 계란의 향이 잠시 스쳐 지나가고, 폭신하지만 안정적인 식감. 그러니까, 소파로 치면 앉았을 때 몸이 푸욱 안기는 소파 말고, 조금 딱딱하지만 오래 앉아도 덜 배기고, 누워있기보다는 앉아있으면 편한 소파 느낌의 맛.


구워지는 팬케이크가 하나씩 접시 위로 쌓아가면,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팬케이크 냄새를 맡고 식탁 위로 조금씩 올라온다. 손등까지 올라온 햇빛을 끌어다가 포크를 들어 입 안에 넣었을 때, 마치 햇빛을 받아, 따뜻해진 소파처럼. 따사롭고 적당히 폭신한. 그런 안정감의 맛.


따뜻한 소파에 앉았을 때 느낌 같은 편안하고 기분 좋은 맛. 

엄청 특별하진 않지만 평범해서 더 기분 좋은 맛.

그래서 소파 같은 맛?


그런 맛이 생각날 땐 너무 어려워 말고 팬케이크를 구워보는 건 어떨지.


하늘이 유독 맑고, 햇빛 좋은 오늘 같은 가을날에 제안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