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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팰럿Pallet Sep 14. 2020

뻔한데 신선한 디저트

밀가루 1도 안 들어간 병아리콩 브라우니 편

브라우니 이야기를 하는데, 사진이 달랑 한 장이다.

먹기 바빴으니까.

원래 맛집 사진은 그릇을 비운 사진이라고 배웠다.

오늘은 당연히 살이 찌지만, 건강에 좋고 살찔 염려도 덜하다고 말하기 좋은 디저트를 하나 소개한다. 이름은

병아리콩 브라우니


이대로 검색만 해도 꽤 많은 레시피와 조리법 영상 등이 쏟아진다. 그만큼 이미 채식 베이킹으로는 유명한 디저트이니, 당장 만들어보고 싶다면 아래 레시피보단 유튜브에서 검색이 빠를지도 모른다.



레시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한데, 병아리콩이 간단치가 않다. 


병아리콩 (건조 콩은 140g, 통조림은 300g)

일단 병아리콩을 불리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조림이 있다면 이 과정은 생략되겠지만, 아마 대부분 건조 콩을 사용하실 테니.. 그럴 경우 불리는 시간도 거의 한나절. 12시간 이상은 불려야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껍질마저 가루가 되도록 갈아야 한다. 그렇게 갈고 재료를 섞어야 한다. 이 과정이 귀찮다면 그냥 만들지 말자. 그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섞을 재료들은 아래와 같다.

달걀 2개 / 식물성 오일 40ml / 바닐라 익스트랙 5ml

설탕 120g / 소금 2g

베이킹파우더 4g / 베이킹소다 2g

초코칩 40g / 코코아 파우더 30g

재료를 잘 섞어준다. 재료를 섞는 동안 오븐은 160도로 예열을 건다.


예열이 완료되었고, 잘 섞인 병아리콩 브라우니 믹스를 사각틀에 잘 넣었다면, 오븐을 25분 맞춘다. 


어떤 맛이길래?

오븐에서 갓 나온 브라우니는 눈으로 봤을 땐 일반 브라우니가 크게 다른 점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향이 좀 다르다. 초코 향만 나는 게 아니라, 콩 특유의 향이 난다.

하지만 냉장고에서 하루정도 숙성을 해서 꺼내면 일반 브라우니와 병아리콩 브라우니를 눈과 코로 식별하기는 어렵다. 맛에도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오히려 일반 브라우니에 비해 더 든든하기까지 하다.


커피 한 잔 내려서 브라우니 한 입. 커피 한 모금 마시면 입 안에 초코의 진한 맛이 한 번 돌고, 그 자리에 잘 갈아진 병아리콩의 가루들이 술래잡기를 한다. 밀가루보다는 거칠지만 뭐랄까, 초코의 질감과 맛이 병아리콩에 베어서 잘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그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바로 커피를 한 모금 몰아넣으면 커피의 구수한 향이 초코의 진한 맛을 더욱 끌어올려 준다. 마치, 물 위에서 파도를 기다리던 서퍼가 지루함이 느껴지려는 찰나에 몰아치는 파도처럼. 이 커피를 타고 목구멍 속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래! 사르르 챠르르! 파도가 서퍼를 감듯이 커피로 브라우니를 감아쳐야 한다. 그 짜릿함은 목구멍에서는 한순간 신기루처럼 녹아 사라지고 만다.


어떤 느낌인지 상상이 될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위장의 어느 구석까지 넘어가면 점점 포만감이 채워진다. 브라우니 만으로도 이렇게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니! 밀가루가 주는 더부룩함 따위도 없고. 먹다 보면 식사를 한 것 같은 만족감에 솔솔 잠이 올 수도 있다. 그렇기에 꼭 커피랑 먹는 게 좋겠다. 잠깐의 풍요로 둔해지려는 감각들이 다시금 살아나게 해 주니까.


너무 배가 고파서, 지난 브라우니의 추억을 이야기해 봤다. 배가 고프면 맛있게 먹었던 요리가 생각날 법도 한데, 병아리콩 브라우니는 디저트인데도 자꾸 생각이 난다. 

쌀쌀해진 요즘 같은 날에, 아침에 딱히 입맛도 없고 으슬으슬하다면, 건강을 생각한다는 명분을 달고 병아리콩 브라우니에 잘 내려진 커피 한 잔 추천해본다. 


만드는 건 귀찮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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