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계간 익주 가을호 기고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이전에 한 달에 한번 전직원 특강을 진행한다. 당시 TED를 시작으로 특강이 열풍이라 사회의 명사를 초청하는 식의 프로그램이었다. 회사의 교육 담당자가 고민을 많이 하고 기획도 잘 하는 덕에 아주 유명하지는 않더라도 의미있는 울림을 준 강사도 있었고 전국구급의 유명한 강사를 만나는 기회도 있었다. 물론 실망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이 글은 그 실망스러운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실망한 이유는 사실 사소하다. '지각'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지각에 대한 그 사람의 '태도' 때문이었다. 강사는 강연에 약 20분 지각했다. 문제는 지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늦은 것에 대한 일언반구의 양해도 없이 강의를 시작했다.
난 잘 모르겠다. 늦은 만큼 더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강의를 시작하는 것이 더 매너있는 행동이라 생각했을려나. 사실 일과시간 중 서울시내 교통사정 뻔히 알기 때문에 차가 막혀 지각하는 일은 모두 납득할만한 일이 된다. 오히려 이런 중소규모 강연은 제 시간에 시작하는 일은 거의 없기도 하다.
요즘 읽는 책 <태도의 말들>의 저자 엄지혜 작가는 서문에 이런 문장이 있다.
중요한 것은 진심보다 태도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흔히들 한다. 그렇지만 그 과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과든 과정이든 그것을 대하는 태도일런지도 모른다.
건축가였던 그 강사의 강의 주제는 <공동체의 가치>, <시민의 권리> 뭐 이런 것들이었다. 지각에 임한 그의 태도와 맞물려 그 언어들과 시간은 공허하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