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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이민자 May 21. 2022

미숙과 조숙, 성숙과 유형성숙

유기견 임보 계정을 보며


유기견 임시보호 계정에 미쳐 있다. 아주 어린 새끼 강아지들은 예방접종도 받고, 사람과 같이 사는 법을 배우며 자라다가 사람 가족을 만나 입양 간다. 개별 강아지들의 성장과 생태를 지켜보다보니 귀여워서  빠지게 된다. 급기야 입양한 사람들의 계정까지 따라가 본다. 점점 보게 되는 강아지 수가 많아진다.


유기견의 대세는 진도 믹스다. 일명 시고르자브종. 시골잡종, 똥개. 누렁이나 백구, 삽살개 등이 적당히 섞인 개들이 대부분이지만 외래종과의 교배가 짐작되는 강아지도 많다. 이들은 어떻게 교배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성견으로 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클지, 어떤 외모가 될 지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개는 중형견일줄 알았는데 일찌감치 20키로를 넘겨버리기도 하고, 어떤 개는 소형 견과 중형 견 사이의 아담한 크기로 머문다. 적극적으로 생긴 강아지, 겁많게 생긴 강아지, 웃기게 생긴 강아지, 처연하게 생긴 강아지... 표정도 다양하다.


생후 반년이 지나면 비슷한 월령이라도 개마다 생긴  천차만별이다. 어떤 개는 겁쟁이에 강아지인데 벌써 대형견, 어떤 개는 적극적이어도 소형견, 어떤 개는 주둥이가 길쭉해지고 어떤 개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태어난 강아지 상이다.


이렇게 부를 수 있을까. 미숙한 개, 조숙한 개, 성숙한 개, 유형성숙한 개.

감정이입. 어느틈에 조숙했던 나는 생각보다 오래 미숙의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러다 드디어 성숙했다 싶지만, 여전히 정신의 유형성숙 상태로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아직 어린 겁 많은 대형견의 눈, 처연한 소형견의 눈, 나이 들었지만 아기같은 애교의 개, 덤덤하게 변해가고 늙어가는 개.


나는 덤덤하게 변해가고 늙어가는 개가 좋다.

스스로 유형성숙의 단계에 머무르고자 했던 게 아닐까.

덤덤하게 변해가고 늙어간다고 해서, 조숙과 미숙의 시절을 잊는 것은 아닐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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