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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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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애비 Oct 13. 2016

아들과 나만의 시간

아들과 나의 이야기

아내는 오랜만에 약속을 잡았다.

내가 쉬어서 유일하게 아내에게 자유시간이 허락된 것이다.

내 계획은 나의 엄마에게 손자를 안겨주고 낮잠이나 자려고 했으나, 아내가 한대밖에 없는 자동차를 끌고 나가는 바람에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나와 아들 만의 시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제 공놀이와 책 읽기는 끝냈고, 틈만 나면 숨바꼭질에 말타기 놀이도 같이 했으니 더 이상 추가된 게임은 없었다.


아, 이유식을 먹을 차례구나.


우선 나부터 먹자.

내 밥을 차리고 아들에게 공을 던져주면서 밥을 먹으니 밥을 먹는 건지 아이랑 놀아주는 건지 정신이 없는 게... 아내는 매일 같이 이렇게 밥을 먹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밥을 다 먹는 것도 어려웠는데 이제 아들 밥을 먹여줘야 된다.


최근 아내의 가장 큰 걱정은 '11개월 이유식 거부'였다. 내가 먹인다고 달라질리는 만무하다.


첫 숟갈부터 거부한 아들의 험난한 점심식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나에겐 위대한 핸드폰과 뽀로로가 있었으니, 신은 날 아직 버리지 않았고, 자본주의 또한 날 버리지 않았다.


뽀로로 영상과 함께하는 점심식사의 큰 단점은 이유식이 입으로는 들어가나, 삼키지 않는다는 것. 삼키는 것 마저 내 몫이라면 그건 너무 가혹하다.


결국 난 어제 읽다 만 책을 폈다. 세월아 내 월아 하는 아들의 목 삼킴을 지켜보자니 차라리 책을 읽는 게 시간이 빨리 갔다. 덕분에 1시간 동안 뽀로로 동영상 노래를 들으며 독서를 했다. 실은 밥을 다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느라 조금 더 아기 의자에 앉혀뒀다. 책을 읽는 것도 소중하니까...


아직 아내가 오려면 한참이 남았다.

산책을 나가야겠다. 밖에 나가면 아들이 좋아하는 수많은 자동차와 또래의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으니 그 또한 시간을 빨리 보낼 수 있으리라.


동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갔나 보다. 항상 전쟁터 같던 놀이터가 이렇게 고요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아들은 좋단다. 이제 외출이 좋아지는 나이가 됐나 보다. 생각해보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유모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것 같다.


이렇게 집으로 돌아가면 또 똑같은 책을 6번 읽어야 한다는 두려움에 인근 마트로 방향을 전환했다. 한 시간을 그렇게 산책 아닌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가 먼저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같이 아들을 뒷바라지를 하는 아내가 참으로 대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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