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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과 독서

오디오북의 세계에 들어서다

윌라에 가입했다

by 칼란드리아

4개월 전에 썼던 글에서, 나는 독서와 운동이라는 '시간의 기회비용'을 두고 고민했음을 적었다. 생각해 보면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할 필요는 없었지만, 둘 중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측면에서 고민한 것으로 여기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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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나는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근력 운동과 러닝, 수영을 하는데, 이때 주로 음악을 듣는다. 실내에서 근력 운동과 트레드밀, 홈트를 할 때는 커널형 이어폰을 이용하고, 야외에서 러닝을 하거나 수영을 할 때는 오픈형 골전도 헤드셋을 이용한다. 각각은 장단점이 있기에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음악을 반복해 듣는 것도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고, 특히 장거리 러닝을 하다 보면 지루함이 가장 애로사항이다. 힘들기보다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더 크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러닝 할 때 음악 대신 오디오북을 들어보기로 했다. 앞서도 운동할 때 TTS나 오디오북을 듣는 것에 대한 얘기도 했었는데, 왜 망설였을까. 게다가 그때는 TTS만 생각했었기에 스마트폰을 추가로 기기 등록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그러다가 다른 이들의 추천으로 윌라에 가입해 보았다. 오디오북은 킨들 오더블로 몇 번 들은 적이 있고, 밀리의서재에서 제공하는 오디오북을 시험 삼아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뭔가 어색해서 잘 안 쓰게 되었던 터였다. 보거나 듣는 것보다는 읽는 것에 더 익숙해서 그렇기도 하고, 읽는 속도가 더 빠르기도 해서 그렇다.


윌라가 2018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뒤로도, 국내 오디오북 업계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아직 윌라에 가입하지는 않았다. 오디오북에 대한 선입견을 넘어서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는 TTS 때문에 생긴 것이기도 하다.


한편, 그동안 오디오북 기술과 콘텐츠도 많은 발전이 있었고, 그 시장도 점차 커져 가고 있었다. 책을 성우들이 읽어주는 것은 물론, AI 기술도 접목되어 더 편하고 이질감이 적게 책을 들을 수 있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을 처음 경험해 보았다.




윌라에서 가장 처음 들은 오디오북은 김금희 작가의 <첫 여름, 완주>이다. 운동할 때는 아니고 출퇴근 때 운전하면서 들었다.


이 오디오북의 녹음에는 여러 유명 배우들이 참여했으며, "무제 X 윌라 듣는 소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많이 홍보되고 있었다. 참고로 '무제'는 배우 박정민이 세운 독립출판사이다.


이전에 이 책의 제목은 얼핏 보았으나 김금희 작가의 책이라는 것은 몰랐다. 표지 디자인이 마치 청소년물 같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야심 찬 기획물답게 배우들의 연기도 실감 났고, 내레이션도 좋았다. '이래서 오디오북을 듣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오디오북에 대한 선입견도 날릴 수 있었다. 다만, 책의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따로 얘기를 해야겠다.


아울러 이 오디오북의 끝부분에는 박정민이 직접 녹음한 내용이 삽입되어 있었다. 이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본인의 우려와 기대, 감사, 당부 등의 메시지를 담았다. 그의 진정성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박정민과 무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중에 다시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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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운전하면서 오디오북을 듣는 즐거움이 생겼다. 진작 오디오북에 입문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도 든다. 대신 그동안 좋아하는 음악이나 라디오는 많이 들었으니 그걸로 됐다고 치고, 앞으로 꾸준히 들으면 되지.


그리고 달리기를 하면서 오디오북을 듣는 것도 꽤 괜찮다. 비록 달리는 템포에 맞추지는 못해도 지루함은 덜 했다. 적어도, 달리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하지만 어떤 책을 들을 것인지 고민이 생겼다. <첫 여름, 완주>처럼 오디오북을 넘어서 '오디오 극'과 같은 식의 콘텐츠는 드물고, 대부분은 성우 1인 또는 2~3이 낭독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좀 더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부분도 있지만, TTS 보다는 훨씬 낫다. TTS 역시 AI 기술이 적용되어 좀 더 사람의 목소리에 근접했다고는 해도 그 기계적인 음성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디오북의 경우 청자가 끝까지 완청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몰입감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오디오북 제작자 및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도 고심이 많을 듯하다.


또한 내용에 집중해야 하는 전문서적이나 교양서적보다는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소설이나 에세이가 더 적절할 것 같다. 아직은 가벼운 소설이나 에세이를 주로 듣고 있지만, 고전을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그 분량만큼이나 시간의 압박이...


하지만 오디오북으로 나온 책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소설이나 에세이류는 이미 읽은 책이거나 관심이 적은 것들이 많았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숨은 보석처럼 평소 읽고 싶었던 책도 찾을 수 있겠지.


아직은 무료 체험 기간이라 무료로 이용하고 있지만, 계속 구독할 것인지는 좀 더 이용해 보고 결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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