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일에 앞선 최초의 일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옛말에 틀린 말이 없다. 근 1달동안 1가지 아이디어에 파묻혀서 방황하고 있었다. 어찌어찌 제안서를 만들어서 동기들과 아는 팀장님들께 보여드렸다. 그리고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 " 이거 하지마 -" 등등 신랄하게 까였다.
'무엇이 잘못 된걸까'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멘붕하던 중 제안서를 많이 써 본 누나와 얘기를 나눴다. 누나는 그 아이디어에 대한 몇가지 질문을 하였고 난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야 - 너도 확신이 없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이해하고 설득되냐?"
선명하고 분명하다고 생각한 아이디어는 흐리멍텅했다. 그냥 그게 좋은 것 같은데, 분명하게 어떤지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구멍이 숭숭 난 아이디어를 '첫 단추부터 다시 꿰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묶혀두었던 책-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위한 인터렉션 디자인-을 꺼냈다. 나처럼 일을 최초로 시작할때 필요한 가이드라인이 거기 있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이 디자인돼야 하고''왜 디자인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중략) 디자인을 의뢰한 조직과 사용자 양쪽 입장에서 '제품의 가치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제품이 기존에 있는 '어떤 제품의 카테고리'에 속할지와 시장에서 '경쟁자들과 어떻게 차별화할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디자인 전략의 본질이다 -본문 중-
위의 본문이 밑에서 전개할 내용의 요약본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에 그려진다면 이 창을 닫고 실행하시면 되겠고, 나와 같이 알리송 하다면 좀 더 읽어보시길 바란다.
디자인 전략은 무엇인가?
디자인 전략의 시작은 '문제의 파악'이라 생각된다. 디자인 전략의 결과는 '무엇(What)을 왜(Why) 만들자'이다. 하지만 그건 최종적인 산물이고 그 이면엔 '어떤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방안(why)으로 내놓는 것이 '무엇(What)'이다.
예를 들어,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어느새 오픈마켓화되었다. 이젠 G마켓과 쿠팡간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왜 소셜커머스는 오픈마켓화 하였는가? (유재석님의 글'소셜커머스의 오픈마켓화, 이유는?')
유재석님의 글을 바탕으로 본다면, 오픈 마켓에 비해 소셜 커머스는 판매 비용-영업,계약,인건비-이 높고, 판매 상품군도 오픈 마켓에 비해 적은 다양한 문제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 '오픈 마켓화'이다.
문제를 잘못 파악한다거나, 문제의 해결 방법을 엉뚱하게 나아간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디자인 전략은 어떻게 뭘 할지를 고민하는 것인 동시에 '하지말아야 할 것'을 정의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정된 리소스를 가진 조직이 무엇에 집중해야할지 정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곳에 역량이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실례는 청나라 황제 강희제와 만리장성 이야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만리장성을 넘어와서 명나라를 무너뜨린 강희제에게 신하들이 '만리장성을 보수하자'고 주장하였다. 이에 강희제는 "만리장성이 있기때문에 북방민족이 중국을 못 쳐들어온 적이 있냐? 만리장성 수리하느라 국력 낭비해 명나라가 망했다. 성 안과 바깥을 구분하는 것은 중국이 아니다. 만리장성에 군대를 배치하는 것은 병력 분산, 돈 낭비다"라고 반대하였다. (차이나는 도올 5화 참고, 실제적인 함의는 안밖을 나누지 말고 하나의 중국으로 북방민족을 포용해야한다는 것 같지만; 뭐 일단 엄한 곳에 돈, 인력 낭비 하지 말자는 것도 있으니까.... )
'어떤 문제를 해결(why)하기 위한 무언가(what)'를 도출하며, '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함'을 말하는 디자인 전략의 실행 순서는 아래와 같다.
1. 해결해야할 문제나 가능성을 정의
2. 만들어질 제품의 주요한 차별점을 결정
3. 조직에 구체화된 전략을 설명하고 공감대 형성
4. 제품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개발 일정과 프로젝트 기획
디자인 전략과 경영 전략
뜬금없지만 디자이너는 디자인 전략을 짤 때, 해당 조직의 경영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경영전략은 현재 조직이 지향하는 경영기조(방향성)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회사는 오른쪽으로 가자는데, 디자인 전략을 왼쪽으로 잡으면 이상하지 않은가.
'경쟁 전략: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한 분석과 전략'이란 책을 쓴 마이클 포터는 일반적인 경영 전략의 타입을 정의해주었다. 이 타입들을 본다면 우리 각자의 조직이 어떤 전략, 방향성을 갖는지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다(내가 다니는 회사는 딱히 어디에 부합하는지 모르겠지만...)
- 비용 중심 전략
효율적으로 생산해 저가에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전략 ex) 델 컴퓨터,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집중화 전략
소수의 틈새 시장의 용도에 딱 들어맞게 최적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전략 ex)의료 기기 회사
-차별화 전략
새롭고 독특해 값비싼 가격표가 붙은 제품을 생산하는 전략 ex) 애플, 뱅앤올룹슨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선 우리가 속한 조직이 현재 어떻게 돈을 벌고,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지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문제 정의하기
디자인 전략이 필요한 '문제'는 대개 아주 복잡하고 제대로 정의도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간단해 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에 대한 디자인 해결책을 얻기 위해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 이해관계자와 함께, 가장 먼저 문제를 정의해야 한다고 한다. 어떤 프로젝트이며, 어디까지 고민해야하는지 전체의 프레임을 짜야만 한다. 어느 디자인 전략에 있어서도 최초의 업무는 상황의 큰 틀을 파악하고 문제에 디자인을 끼워넣은 후 이들을 어떤 순서로든 정리하는 것이다.
문제의 프레임을 만드는 것은 두 가지 일을 의미한다. 하나는 뒤로 물러서서 전체적인 문제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바짝 다가서서 개별 부분의 세부 사항을 파악하는 것이다. 여러 종류의 생각을 통해 전체적인 가능성과 기회를 탐색한 후, 해결책을 정의하고 다듬기 위해 실제적인 대상에 집중한다.(책 내용을 거의 복붙해버렸네....)
예를 들어 우리가 수원도시 개발의 디자인 전략을 구상한다고 해보자. 그에 따라 아래와 같은 결과물이 나왔다.
내가 생각했을 때, 첫번째 그림이 '물러서서 전체적인 문제의 범위를 정한 것'이고 두번째 그림이 '다가서서 개별 부분의 세부 사항을 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러서서 봄으로써, 수원 도심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을 어떤 역할로,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한다. 이때 각 지역이 주거단지가 많은지, 지하철 역이 있는지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여 계획했을 것이다. 그 다음 다가서서 봄으로써, 각 지역의 현재와 향후 개발 계획에 따라 도로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공장 지대로 발전시킬 지역이라면 넓은 차선으로 차량 이동이 원활하도록 하고, 주거 지역은 가로수를 심어서 조경에 신경쓰는 것과 같이 말이다.
내가 한달 동안 붙잡은 아이디어도 이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큰 그림을 명확히 그리지 못하고 세부 사항으로 들어가서 길을 잃어버린 케이스다. 어떠한 배경(Why)에서 이 서비스(What)를 해야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어느새 이 서비스에 매몰되어 그에 앞선 '필요한 이유들'을 잃고 그에 따라 세부사항조차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다.
여하튼 문제를 정의하기 위해서 우리가 처음으로 해야하는 일은 '정보를 모으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정보를 모으는 방법들은 아래와 같다.
1.전통적인 디자인 리서치
: 현재의 조직, 자원, 고객, 브랜드 그리고 시장에서의 위치 등에 대한 솔직한 평가이다. 구글링, 조직의 관계들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 볼 수 있다. 이 자료조사의 소요 시간은 고무줄처럼 매우 길수도, 짧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해답을 얻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데 집중 해야 한다. 프로젝트의 주제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와 현재 다루는 특정 사안에 대한 깊은 지식을 쌓는 것이 정보 수집의 목적이다.
2. 이해관계자와의 인터뷰
: 이해관계자란 프로젝트에 특정한 관심이 있거나, 그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 인터뷰는 클라이언트가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클라이언트가 생각하는 그 문제가 아닐수도 있으며, 이때 디자이너는 망설임없이 부딪쳐야 하며 스스로 문제를 정의해내야 한다. 인터뷰의 팁은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왜 이런 식으로 작동하나?', '왜 이 목표를 설정했는가?' 등 이런 질문을 통해 디자이너는 현재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통해 프로젝트의 제약 조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사업적, 기술적, 혹은 시간적인 제약을 직접 묻고 답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이다.
리서치와 관련된 사항은 이 책의 다음 챕터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때 집중적으로 다뤄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차별점 정의하기
디자인 전략에서 중요한 단계는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정의하는 것이다. 'Managing the Design Factory'를 지은 도널드 라이너츤은 "가장 성공적이었던 제품들은 명백하고 짧은 가치 제안을 가진다. 소비자들은 보통 3~4개의 차별점 이내에서 제품을 비교한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가치 제안은 2가지라고 한다. 가격 or 품질. 싸거나/품질이 좋거나 하지만 디자이너는 가장 낮은 가격에 가능한 최고의 퀄리티를 목표로 삼아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UX(인터랙션) 디자이너라면, 제품의 사용 경험 자체가 가장 중요한 차별점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대개 "우리 웹사이트는 다른 소셜 네트워크와 달리 이메일도 됩니다" 식의 기능을 통한 차별화를 한다. 하지만 이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심지어 기능이 중요하더라도 디자이너는 장기적인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전체 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특별히 동작 영역에서 이를 이뤄낼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책에선 가치제안과 핵심 차별점을 정의하기 위해 사용할만한 두 가지 훈련법을 소개한다. 엘리베이터 피치와 광고다.
자신이 어떤 것을 만들려고 하는지와 그 제품이 무엇이며 왜 특별하고 어째서 사람들이 다른 것 대신 그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이 제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을 30초 내에 확실히 이해시켜야 한다. 엘레베이터 피치(사진 출처)든 짧은 광고든 메시지 형식이 다를 뿐 동일한 행위로 보인다.
시각화와 비전제시, 프로젝트계획과 로드맵이 남았지만 다음에 다루는 게 좋을듯하다. 이 둘은 앞선 '문제 정의', '차별점 있는 해결책'이 도출된 이후에 조직내에서 이해와 공감을 얻고, 실제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아직 앞 부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뒤에까지 다루기엔 내가 버겁다.... 이후에 개별 챕터를 통해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내용을 요약하자면 디자인 전략은
정보수집>문제 정의>차별점있는 해결책>조직내 공감대 형성을 위한 비전화>실행방안
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써놓고 보면 별거없어 보이지만 현실은 ㅜㅜ
챕터의 마지막에 '20세기의 다빈치'라고 불리는 벅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의 말이 인상적이여서 이를 옮기며 글을 마친다.
"존재하는 현실과 맞서 싸워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무언가를 바꾸고 싶으면 현재 존재하는 것을 구식으로 만들어버릴 만한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