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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나 Jul 24. 2023

그래도 나는 수련을 해야 한다 3.

하는데 하는 게 아닌 것, 그게 요가예요!

오늘 요가원에서 처음으로 아쉬탕가 마이솔 수련을 시작했다. 시퀀스도 제대로 외우지 못한 상태에서 앞 수련이 끝나길 기다리자니 긴장이 잔뜩 되었다. 옆에 앉아 계신 분이 매우 요가 고수의 느낌이 풍기길래 슬쩍 말을 걸어 보았다.


"저... 오늘 마이솔 처음인데, 혹시 뭐 준비해야 할 게 있을까요?"


그 선생님은 '아니요'로 이야길 시작하셨다. 매우 인자한 미소와 목소리, 그리고 그을린 피부가 참 매력적인 분이었다. 요가를 시작하신 지는 20년이 넘은 것 같고, 아쉬탕가는 아마 2018년부터 하셨다고 했던 것 같다. 현재 우리 요가원의 아쉬탕가 지도자 선생님을 만나 아쉬탕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는 요가 말라 이야기부터 코로나로 인한 타격과 지병의 악화로 인해 3년 간 요가지도와 수련을 아예 하지 못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시작하게 된 이야기까지. 인생 자체가 요가 그 자체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쉬탕가는 막대기도 할 수 있어요."


이 말에 난 웃으며 대답했다.


"전 막대기보다 더할 수도 있어서요."


"처음에 전 아쉬탕가를 하지 말아야 할 요가라고 생각했어요. 분명히 다칠 것 같았거든요."


난 매우 공감했다. 내가 아쉬탕가를 섣불리 시작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으니까. 난 오른쪽 손목과 왼쪽 천장관절에 고질병이 있지 않은가. 아쉬탕가를 가끔 수련하면 언제나 그랬듯 통증이 심해지지 않았던가. 아쉬탕가는 내 몸에 좋지 않은 요가인 것 같으니 난 하타와 아헹가 위주로만 수련할 거야.


이렇게 생각하며 3개월을 수련해 오다 언젠가 우연히 12시 아쉬탕가 마이솔 수련 현장을 목격했다. 수련원 전체를 꽉 채운 수련생들이 말없이 수련을 시작하고 집중하며 땀을 흠뻑 흘리는 모습을 보니, 저게 뭐길래 저렇게까지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길로 집에서 아쉬탕가 시퀀스를 프린트해 매트 앞에 두고 혼자 수련을 시작했다. 오히려 지도자의 큐잉에 맞추어 수련하는 것보다 마이솔 스타일로 수련을 하니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고, 자세와 호흡을 스스로 정렬해 나가는 것도 수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퀀스를 따라가는 여정, 즉 하나의 아사나로 몸을 준비시키고 또 다른 아사나를 맞이하는 그 과정이 참 흥미진진했다.


"그런데요, 해보니까 그렇지 않더라고요. 너무 열심히만 안 하면 돼요. 너무 열심히 하면 다칠 수 있거든요."


"하하하. 맞아요. 전 어차피 겁이 많아서 아마 다치진 않을 것 같아요."


"하는데 하는 게 아닌 거. 그게 요가예요!"


욕심내지 말란 이야기였다. 하고 있지만 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굳이 너무 애써서 하지 않아도, 지금 내가 하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때 내가 요가를 하지 않았으면 지금 나는 어떻게 됐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그러니 지금도 요가를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것이 참 마음수련이 아니고 무엇인가. 자신의 한계치를 인식하고 거기서 멈출 줄 아는 자세. 그러나 같은 아사나라도 다음번에 또, 그리고 그 다음번에 또 도전할 줄 아는 자세. 이렇게 해나가다 보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6단계를 모두 수련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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