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아팠나요?”
“거의 두 달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팔꿈치 아래가 아팠는데 지금은 팔꿈치 위가 더 아파요, 통증이 옮겨 다니는 것 같아요.”
“근육 안에 염증이 생긴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근육에 무리가 가해져서 약간 아프다가 그것이 방치되는 순간 염증으로 발전된 것 같습니다. 오래 방치했을 경우에는 만성염증으로 갈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언제부터인가 왼쪽 팔 곳곳이 움직일 때마다 아프고, 그다지 무겁지 않은 프라이팬을 들 때도 통증이 느껴졌다. 팔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근육 중간 중간에 분명 염증이 생긴 것 같다.
왼쪽 팔 쪽에 정신을 집중하고 구석구석 손으로 꾹꾹 눌러본다.
수지침 맞을 때 봉으로 손가락 마디마디를 누르듯이 그렇게 나의 손은 봉이 된다.
아픈 부위를 찾았다.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곳에 침을 맞든, 의사에게 설명을 할 수가 있다. “팔이 아픈 것 같아요”라고 얘기하면 의사는 대충 근육의 경로라고 해야 하나? 그곳을 찾아 침을 놓거나 약을 처방한다. 문제는 간호조무사들이 전기치료나 부황을 놓을 때 아픈 곳이 아닌 대충 그곳에 놓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아픈 부위를 찾아내서 정확하게 그곳에 대한 치료를 원했다.
정확한 요구가 없는 그냥 그곳의 치료는 늘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사에게도 꼬치꼬치 묻는다.
왜 이 부위가 아픈지,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그리고 지금하고 있는 운동과 일상생활 중에서 내가 꼭 피해야할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의사의 소견을 듣길 원했다.
나는 의사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행동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몸에 대한 관리는 내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만에 맘에 드는 댄스학원을 찾아 예전처럼 몸 바쳐 정신 바쳐 흔들어대고 외워댔다.
그 덕분에 그동안 멀쩡했던 허리가 조금씩 아파온다.
그렇지. 내 나이 벌써 마흔 넷인데 웨이브라~
안 되는 웨이브지만 학원에서 그래도 내가 제일 나은 듯해서 또 무리를 하고 말았다.
그래도 이 아픔이 싫진 않다.
하지만 이번 팔이 아픈 것은 다르다.
3층에서 그 무거운 책상이며 의자, 플랑 등 갖가지 물건들을 혼자 나르다 생긴,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내 고집에, 자존심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고 혼자하다, 그리고 방치하다 생긴 아픔이기 때문이다.
잘 나아지지도 않는다. 나이 탓이다. 회복력이 더디기만 한 이놈의 몸둥아리!
하지만 미안하다. 나의 뭣도 아닌 자존심에 결국 이렇게 아프게 되어버렸다. 속상했다.
알아서 도와주지 않았던 동료나, 알면서도 요청하지 않은 나.
결국 고생은 내 팔이, 내가 한다.
오른쪽 무릎이 조금씩 아파온다.
어디 부위지?
여기 저기 또 눌러본다.
헉! 나의 목표는 직립보행인데 여기가 아프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불안하다.
결국 아픈 나의 왼쪽 팔이 문제임을 직감적으로 눈치 챘다.
이런! 젠장.
여기까지 와버렸군.
예전에 이런 경험이 있었다.
그땐 오른쪽 팔이었다. 어깨가 올라가지 않아서 한 달 동안 춤을 못 춘 적이 있었다.
그런 후 왼쪽 다리가 아파왔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다친 적도 무리한 적도 없는데 오른쪽도 아닌 왼쪽 다리가 아플까?
의사에게 물어봤다.
우리의 몸은 근육들이 서로 연결되어있어서 아픈 팔 반대쪽 다리가 아플 수 있다고 했다.
그때도 치료하는데 애를 먹었다.
오랫동안 방치한 덕에 팔도 다리도 다 아팠기 때문이다.
그때는 나의 몸에 대한 아픔이나 통증보다는 춤추고 싶은 마음을 다 잡는 것이 더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 오른쪽 무릎이 아파온다.
통증이 간간히 느껴질 때마다 나 자신에게 더 짜증이 난다.
이제 겨우 맘에 드는 학원이 생겨 하루하루 그 낙으로 사는데 또 예전처럼 통증으로 집에만 있어야 한다면 우울할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사타구니에 혹도 만져지기 시작했다.
그 혹은 만질 때마다 신경 쓰이게 아팠고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는 더욱 커지는 듯했다.
그러다 스트레스가 좀 줄어들고 삶에 즐거운 일들이 많아질 때면 또 없어졌다.
예전에는 없었던 것들이 나의 상태에 따라 생기기 시작하는구나 싶으니
내 몸이 약해진 건지, 내 마음이 약해진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는 때때로 이 건강한 몸과 나름 큰 키가 맘에 든다.
하지만 나이를 잊고 살 듯 몸에 대한 소중함도 잊고 산다.
그때마다 몸은 통증과 염증으로 나에게 알려준다.
너의 몸은 나이 들어가고 있고 관리가 필요하며, 마음처럼 몸도 방치하면 안 된다고 말이다.
차라리 아픈 곳이 겉으로 드러나 피가 나고 멍이 들면 좋을 텐데?
나만 아는 고통이 되어버렸다.
이젠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나아지고 있다고 믿기엔 너무 오래 방치해왔다.
오늘따라 내 몸이, 내 팔이, 내 무릎이 가엾다. 그리고 내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