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지난 10월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전주중부비젼센터에서 “맥락을 알게 되는 페미니즘 강좌”를 열었다. 그중 세 번째 강좌로 김주희 여성학자를 모시고 ‘성산업의 금융화와 빈곤한 여성 몸의 담보화’를 주제로 진행하였다.
11월 8일 진행된 이번 강좌는 최근 성매매 산업에는 다양한 대출 상품과 금융업자들이 등장하게 되었고, 특히 제2금융권에서는‘유흥업소 특화대출’ 상품을 폭발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대출 시장의 말단에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몸은 이들의 이윤을 위해 ‘담보화’가 된다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위 강의를 들어서인지 며칠 전부터 신문기사 제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성노동자 6명 중 5명 최저임금 영향권/ 여성 10명 중 4명 저임금 상태 OECD 1위/ 청년층 부채 급증 2·3 금융권 고금리 대출 비중 높아/ 여성 대출자·30대 빚, 최근 5년간 빠르게 늘어났다’ 등 여성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그녀들의 부채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주희 강사의 말대로 과거에는 일상적 재생산비용(생활비)을 임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고, 그 임금은 가계를 책임질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임금이 그 비용을 보장할 수 없게 되면서 수입에 비 지출이 많아지게 되었다. 또한 상품이 세분화되면서 꼭 사야만 하는 것들로 인식돼 소비해야 될 상품은 점점 더 많아져 부채에 의존하게 되었다.
부채경제는 사람을 더욱더 가난하게 만들고, 개인에게 더 아끼라고 하면서 개인 복지의 삶을 소소한 것으로 만들었다. 개인이 노동조합을 통해 임금협상을 하고 노동의 권리를 찾기보다는 싼 가격에 시키는 대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가난을 통해 체제를 유지했다.
그녀의 강의는 그동안의 내 궁금증에 대한 답이 되었다.
예전부터 나는 궁금했었다.
왜 나의 생활은 예전보다 수입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낀다고 해도 지출이 감소하지 않고 부채에 의존하게 된 것일까? 왜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라며 직업을 갖는 것만이 유일한 삶의 목적인양 스스로를 일의 도구로 전락시키는가?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범람으로 함께 일하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면서, 본인의 환경을 더욱더 열악하게 하는 시스템에 왜 공조하는가?
결과적으로 개인의 삶을 옥죄는 많은 시스템은 개인의 삶을 신경 쓰지 않는 경제체제가 만들어낸 결과이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었다.
생각해보니 나의 소비 또한 오래전부터 변화해왔었다.
특별한 만남이 없어도 혼자서 자주 집 앞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집밥보다는 외식에 의존했다. 샴푸 하나면 되었던 헤어제품도 벌써 샴푸, 트리트먼트, 에센스, 헤어크림 등으로 세분화되었고, 돈이 없어도 카드 할부로라도 여행을 다녔다. 그래야만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라는 것은 내가 정상적으로 잘 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준이었다.
김주희 강사는 그러한 소비문화가 더욱더 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여성들에게 돈을 쓰게 하는 문화는 성매매 산업을 작동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렇듯 소비가 세분화된 세상에서 여성이 혼자서 살아간다고 했을 때 과연 저임금으로 삶이 가능한가? 소비라는 것은 나 혼자 아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소비되어지고 부양해야 할 누군가가 있다면 더욱더 소비 항목들이 많아진다.
그 안에서 남편이나 부모의 자원이 없다면 우리의 삶이 부채에 의존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여성전용 대출상품은 이러한 여성들을 유혹하기에, 성매매 산업으로 유입시키기에 좋은 미끼가 된다.
과거에 성매매 여성은 특수한(가출, 성폭력, 인신매매, 개인 간의 빚 등) 경험을 가진 여성으로 보고 피해를 인정하고 국가가 돌봐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최근에는 성매매 여성의 대출사기사건으로 개인적 계약관계 의무를 다하지 않고 쉽게 돈 벌어서 소비하려는 여성으로 보고 낙인을 준다. 결국 이들은 ‘여성전용 대출’ 상품을 통해 ‘담보물’이 되면서, 동시에 성매매 산업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유일한 자원이 되어 성산업 안으로 더욱더 깊숙하게 결박된다.
김주희 강사는 성매매를 사고하고 상상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현장방문을 나가면 유흥업소 업주들은 시험기간에 “아가씨를 구할 수 없다, 아가씨들이 대기실에서 리포트를 쓴다”며 얘기한다고 했다. 이젠 학자금 대출과 가정사로 인해 여학생들은 고비용-저소득-저신용-고금리-채무 악순환-신용불량'으로 특별한 경험 없이도 부채를 통해 성매매로 유입되며, 이러한 양상을 통해 성매매가 얘기되어져야 한다고 했다. 각종 여성 전용 대출 상품은 여성의 몸을 '담보화'하는 조건이 되었다.
특히 ‘유흥업소 특화대출’ 상품은 여성들의 차용증 채권을 묶어 성매매 여성 집결을 만들고 대형 성매매 업소를 만들었다. 결국 여성의 차용증 즉 몸의 담보를 통해 조직 폭력배, 성매매 업소, 은행은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김주희 강사는 “성매매 산업의 금융화를 통해 성매매는 이 시대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경제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며, ‘노동 없는’ 여성들에게, ‘저임금’으로 생활하는 여성들에게 신용이 부여되고 있는 현실에 도전하지 않으면 ‘여성의 성매매화’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 성매매 문제는 더 이상 특별한 여성에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에게 해당되는 문제가 되었다. 반성매매 운동은 여성을 금융과 자본, 성산업자들로부터 지켜야 하는 운동이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대체제를 구축해 성매매 이슈를 넓혀야 하며, 성폭력, 가정폭력, 여성의 역사, 메갈리아, 최근의 낙태죄까지 우리가 사는 사회 안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아왔던 차별과 억압, 폭력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여성이 가난과 빈곤으로 인해 성매매에 유입되지 않도록 여성의 노동과 임금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며, 여성의 몸이 담보화되지 않도록 신용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제도 개선을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