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것을 보고 깨우쳐라.
상대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나는 있을 수 없다.
상대가 있기에 내가 있는 것이다.
눈에 뭔가 낀 게 있는 느낌이 들었다. 참다가 궁금해서 병원을 찾았다. 처음 간 곳에서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일주일 후 다른 병원을 찾았다. 이전과 다르게 좀 더 검사를 받았다. 눈이 좀 피로해서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두 달 후 세 번째 병원을 한 번 더 찾았다. 이 전보다는 비용도 더 들고 검사도 간단하면서 뭔가 촘촘한 느낌이 들었다. 염증이거나 혈액을 인한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어달 정도 됐다고 했더니 그럼 좀 나아질 텐데 그렇지 않냐고 했다. 그런가? 나아진 건지 그대로인지 아니면 더 나빠진 것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한두 달 후에도 크게 호전되지 않으면 정밀검사를 받아보자고 한다. 당근을 안 먹어서 그런가.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뭔가 말끔하지 않은 기분이다. 내 눈의 이상은 어디에서 온 걸까.
매사 안 되는 일은 원인이 있다. 이런 일을 두고 사람마다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불행한 일이나 안 좋은 일이 닥쳐도 그냥 넘기는 사람이 있다.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아이가 넘어지고 다쳐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조심하지 못해 생긴 거라고 아이를 다그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은 어떤가. 혼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상대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다 좋지가 않다. 이러한 불편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 원인을 상대에게 찾다 보니 상대가 밉고 짜증이 나고 원망이 생긴다. 문제를 풀고 그 문제를 푸는 열쇠는 내가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상대를 미워하고 원망할 게 없다.
팀원이 다른 팀의 팀원들과 더 잘 지내는 건 어떻게 봐야 하나. 그럴 수도 있다고 봐야 하는 걸까, 아니면 팀장으로서 팀원을 제대로 소속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지 못한 팀장의 문제일까. 다른 팀에 가서 더 잘노니 별 것 아닌데도 밉게 보인다. 원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직장 생활하면서 후배 사원이 뭔가 일을 잘못하거나 어리숙한 행동을 하면 가르치고 고칠 수 있도록 이끌기보다는 무시하고 비난하는 게 앞선다. 그것밖에 못하냐며 비아냥 거린다. 갑질 논란으로 이러한 저질적인 행동들이 줄어들기는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드러나고 있지 않을 뿐이다.
내가 당했다고 해서 똑같이 다음 사람에게 할 일이 아니다. 부당하고 곤란한 상황을 당했다면 다음 사람에게는 그러한 영향이 가지 않도록 끊어주는 게 필요하지만,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 보라는 게 사람 심리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왜 그런 걸까.
나쁜 것을 보고 그게 나쁜 것이라는 깨달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은 항상 같이 다닌다. 나쁜 것을 보고 좋은 것의 가치를 좀 더 생각해보라고 일러주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매일 부딪히는 사람들, 그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무시하고 지내는 게 상책이고, 그만두면 되지, 라는 생각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 업무 상 매일 부딪히고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면 출근하는 일이 곤혹스럽다. 고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자꾸 열어보자. 사람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다.
내 속에 미움이 있어 상대가 미워 보일 수 있다. 좋은 것이 미운 것을 덮을 수 있도록 매일의 삶에서 조각들을 모아 보는 게 인생공부의 길이고 마음공부의 길이 아닌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타인과 마주해야 한다. ‘만남’을 통해서 내가 모르던 내 모습을 보고, ‘대화’ 안에서 나 자신에 대한 통찰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타인의 관심을 원하고 계속해서 누군가를 찾게 되는 이유는 나를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타인이라는 거울에 비치는 진짜 나를 찾기 위해서다.‘
-127쪽, <불안이라는 위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