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책임
문득 어제 내가 한 말이 후회가 된다.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처음 그가 나에게 물은 말은, '하라고 하시면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을 시키신 거면 하겠다고 물어봐달라고' 했다고 다른 사람에게 전했다.
말의 뜻을 담아 제대로 전하지도 못했고, 하지 말아도 될 말을 해 버렸다.
제대로 그가 남긴 문자와는 다른 어투로 내가 더 좀 더 세게 상대에게 말을 건넸다. 그가 그 정도 사람밖에 안 되는 식으로 보이게 만드는 말이었다. 상대가 오해할 수 있는 말을 했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굳이 해버렸다.
우리는 얼마나, 타인의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바르게 전하고 있을까. 오해하지 않도록, 있는 그대로 말이다.
말하는 태도는 한 사람의 인생이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결같은 사람들이 있다. 존경받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어떤 사람일까.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람일까, 아님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사람일까. 공개된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지 걱정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믿고 지켜볼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이 나를 이롭게 할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고 말을 할까.
변호사이면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지우 작가는 최근에 쓴 <사람을 남기는 사람>에서 쓸데없는 말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침묵은 쓸데없는 말들을 자세하는 일과 관련 있다. 쓸데없는 말들이란 주로 알량한 자존심이나 자만심 혹은 상대에 대한 우월감을 드러내고 싶은 순간에 뿌리 내린 말들이다. 그런 말들을 상대의 입을 틀어막는 차단벽과 같다. 상대와 마주 앉아 있는 목적이 적어도 나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대화나 좋은 관계라면, 무엇이 그에 기여하는지 기억해야 한다."-110쪽, <사람을 남기는 사람> 중에서
계엄 관련 청문회가 열리면서 증인들이 나와 증인선서를 하고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만, 기억이 없다고 말을 한다. 정말 기억이 없을까 의심하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소멸되는 기억을 그대로 잡을 수가 있을까 의심한다. 더욱이 시간이 지난 후에는 더 그렇다. 한쪽에서는 그런 말을 했다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어느 쪽이 진실인가, 무엇을 두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까.
어디 그뿐이랴. 직장 내에서도 팀장님이 시켜서 한 일을 한 직원에게, 언제 시켰냐고 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속 터지는 일이다. 자신이 시킨 일을 시키지 않았다고 하면, 그 일을 한 직원은 뭐가 되는 건가. 선배가 그렇게 했다, 라고 하는데 내 기억에는 그런 게 없으니 말이다.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라고 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상대의 말이나 상황을 전하는 일은 더 그렇다. 내가 던진 말은 상대를 향한 화살이지만, 그 화살은 다시 내게로 온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말은 보이지 않는 무기다. 내가 던진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지, 아니면 위로가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상대를 이롭게 하는 말은 쉽지 않지만, 어느 때고 다시 내게 되돌아온다.
그래서 말이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