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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라 Dec 13. 2024

가시그물

가시 그물 

가시로 엮인 그물이 있다
어딜 닿아도 찔리고
움직일수록 더 얽힌다
그물 속엔 숨이 막히고,
가만히 있어도 살은 짓눌린다

덩굴은 나무를 조르며 자라고
껍질을 벗지 못한 가재는
스스로의 집에 갇힌다

견디는 자는 작아지고,
벗어나는 자는 상처를 입는다

어딘가, 차가운 공간이 있다
바람은 세차게 불고,
빛은 약하지만 고요하다

그곳엔 찌르는 가시도,
휘감는 덩굴도 없다
오히려 그 추위가
살을 깨우고
숨을 쉬게 한다

가시는 붙잡아 두려 했지만
어디엔가 바람은 여전히 분다

덩굴을 끊고,
껍질을 벗고,
그곳으로 나아가자
상처를 두른 채 떠나보자
그 길 끝엔 무엇이 있을까

가시 벗어난 날,
그 고통 깊어도 얼마나 잔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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