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비
메말랐던 마음에 비가 온다
내게 와 부서져 스며들고
촉촉함이 깊어졌다
이어 그 끈적함이 나를 감싸 안는다
너의 타닥타닥 내려앉는 소리에
내 숨소리를 실어 보낸다
내 목소리는 파도가 되어
그 위에서 너는 춤춘다
적셔주기만 한다면
완전히 젖어드는 나는
스펀지
스펀지에서 넘치는 수분을 짜내어
우리의 이야기를 그려간다
격렬한 소나기가 지나고
담배 연기 속에 흔적을 날린다
다시 메마를 것을 알기에
또다시 비를 기다린다
바싹 말린 스펀지로
비 오는 오후, 너는 나의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