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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는 시간 07화

옷장 속에 스며들기

by 살라

옷장 속에 스며들기


옷장 속은 나에게 안락함을 주었어

나를 사라지게 만드는 옷장. 그.

그와 한 몸이 됐기에

아무도 나를 찾아내지 못했지


어둠 속에 숨을 죽이면

소음을 먹어주는 그.

침묵은 나를 안아줬지


폭풍 속에서 나는 방향을 잃었고,

빛을 찾을 수 없었어


아예 깜깜한 곳으로 기어들어가자

어둠과 한 몸이 되어

누구도 나를 찾을 수 없게 해야지


어설픈 한줄기 빛 따위에

쉬이 용기를 내주지 말자


옷장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우주,

블랙홀로 다이빙해야지


그와 한 몸

나는 옷장

그 속에 스며들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때

비로소 옷장 문을 열 용기를 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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