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속에 스며들기
옷장 속은 나에게 안락함을 주었어
나를 사라지게 만드는 옷장. 그.
그와 한 몸이 됐기에
아무도 나를 찾아내지 못했지
어둠 속에 숨을 죽이면
소음을 먹어주는 그.
침묵은 나를 안아줬지
폭풍 속에서 나는 방향을 잃었고,
빛을 찾을 수 없었어
아예 깜깜한 곳으로 기어들어가자
어둠과 한 몸이 되어
누구도 나를 찾을 수 없게 해야지
어설픈 한줄기 빛 따위에
쉬이 용기를 내주지 말자
옷장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우주,
블랙홀로 다이빙해야지
그와 한 몸
나는 옷장
그 속에 스며들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때
비로소 옷장 문을 열 용기를 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