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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는 시간 11화

다시 태어나는 것들

by 살라

다시 태어나는 것들


병든 숲에 산불을 내줘

난 거기 그대로 타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

병충해에 잠식된 나를

더는 그대로 둘 수 없으니까


한 번은 부서져야만 새로이 피어나는 법

불길 속에 몸을 던져

타오르고, 재가 되고,

비로소 병들지 않은 새싹으로

다시 태어날 거야


일찍 일어난 새의 부지런함 속에

벌레는 부서져 새의 생명이 되어야지

잔인한 순간을 피하지 않겠어


씨앗은 어둠 속에서 깨져야만 싹을 틔우고

바위는 파도에 깎여야 새로운 해안을 그리고

용암은 땅을 삼켜 새로운 땅을 만들지

그 타버림, 부서짐, 깨짐

잔인하게 찬란한 아름다움을 볼 거야

아침을 기다리지 않고

새벽부터 마중 나갈거야


두려움보다 커진 설렘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가 되어 있어


아침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 새벽에 나왔더니, 저 쪽에서 아침이 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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