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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는 시간 10화

수치심

by 살라

수치심


밤엔

똑바로 누우면

천장이 말을 걸고,

옆으로 누우면

벽이 말을 시켜


가끔

무서운

소리가 찾아와서

내 귀에 대고 말해

귀를 자르고 싶은

고흐를 이해해, 나는

눈을 감으면

소리는 그대로

깜깜한 내 안에

무서운 형체가

들어와 있어.

깜깜함은 내게

두 배의 고통이야

천장과 벽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몸을 동그랗고 말고 눈을 감아

새벽동이 트면 안심이 돼.

날 위한 빛이 온다는 생각에.

내게 오는 악몽과 소리들이

아침의 빛과 분주함에 섞여서

길을 잃은 것 같아서.

안심이 돼


오늘은 수치심까지 들어와서

괴로운 날이야.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알잖아

그 부끄러움을


숨을 곳이 없어서

벌거벗은 채로

서있는 기분이야.

가릴 외투 갖다 주지 않아도 되니까

보더라도 못 본 체 해줄래?


숨을 곳이 없어서 그래

당신들이 눈만 감으면

나는 숨는 게 되니까




그런 날로 괴로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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