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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시간
10화
수치심
by
살라
Oct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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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밤엔
똑바로 누우면
천장이 말을 걸고,
옆으로 누우면
벽이 말을 시켜
가끔
무서운
소리가 찾아와서
내 귀에 대고 말해
귀를 자르고 싶은
고흐를 이해해, 나는
눈을 감으면
소리는 그대로
깜깜한 내 안에
무서운 형체가
들어와 있어.
깜깜함은 내게
두 배의 고통이야
천장과 벽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몸을 동그랗고 말고 눈을 감아
새벽동이 트면 안심이 돼.
날 위한 빛이 온다는 생각에.
내게 오는 악몽과 소리들이
아침의 빛과 분주함에 섞여서
길을 잃은 것 같아서.
안심이 돼
오늘은 수치심까지 들어와서
괴로운 날이야.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알잖아
그 부끄러움을
숨을 곳이 없어서
벌거벗은 채로
서있는 기분이야.
가릴 외투 갖다 주지 않아도 되니까
보더라도 못 본 체 해줄래?
숨을 곳이 없어서 그래
당신들이 눈만 감으면
나는 숨는 게 되니까
그런 날로
괴로울 때.
keyword
고흐
소리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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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오는 봄처럼 삽니다. '시'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시도 쓰고, 열정 학부모로 겪었던 이야기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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