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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집사야, 나 왔어
고양이로 다시 태어나기
by
살라
Sep 6. 2024
고양이로 다시 태어나기
똑똑!
집사야, 나 왔어
얼른 문 열어!
다시 태어나서 오느라 피곤하다
어때?
집사가 가장 좋아하는
턱시도 고양이로 왔어
마음에 들어?
이제부터
양 다리 사이로 지나다니며
간지럼을 태울 거야.
키보드 위에서 일하고 있는
손가락 사이를 지나갈 거야
무릎 위에서
가르릉 대며 고개를 묻다가
잠을 잘 거야
네가 잠들면
옆에서
지그시 지켜볼 거야
너의 모든 것이 내 시야에 들어와
내 영역은 집사, 너 그 자체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내 거야
너는 나의 세계,
너는 나의 영토야
누구도 내 왕국에,
허락 없이 들어올 수 없어
햇빛 속에서 널 바라보고
그림자를 따라, 놀이를 즐길래
불안하지 않게 머물래
가장 사랑받는 턱시도 고양이로
나의 사랑 없인, 집사는 벗어날 수 없어
내 허락 없인, 문을 나설 수 없어
2024.09.06
살라
ps.
오늘은 시로 올립니다.
짝사랑이 힘들어서 고양이로 태어나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턱시도 고양이는 가장 도도했고, 모든 세상이 자기 것 같은 낭만 고양이였거든요. 그래서 턱시도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었고, 짝사랑의
상대도 그 턱시도 고양이를 좋아할 거란 가정으로 지어봤습니다.
온전히 나의 소유로 인식하는 고양이가 부러웠습니다. 그 집의 주인도 그 공간도 온전히 자기의 영역이라고 여기는 고양이가 부러웠습니다.
고양이로 태어나 그에게 간다면 나를 돌보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집사가 되어줄 테니까요.
온전히 나의 영역 안의 나의 집사가 되어줄 테니까요.
턱시도 고양이만 저를 빤히 응시해요.
(제가 눈을 내릴 뻔했어요ㄷㄷ)
저 도도한 고양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사랑의 주도권을 잡고 싶으니까요.
keyword
집사
고양이
턱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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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오는 봄처럼 삽니다. '시'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시도 쓰고, 열정 학부모로 겪었던 이야기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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