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들었어?
블로그 글을 쓰고 자려는데
곤히 잠든 오빠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자연히 웃음이 났다.
저 순진한 모습에 장난기가 일어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하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속닥거리며) 어, 자기야
남편은 자고 있어.
잠든 지 꽤 돼서 괜찮아.
자기는 뭐 하고 있어?
나두 보고 싶어 사랑해”
내가 자꾸 말을 하니
약간 뒤척이길래 연기에 박차를 가했다.
느슨해진 부부 씬에 긴장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속닥) 어 나 일요일에 시간 되지.
그날 남편이랑 뭐 없어.
만나서 데이트 하자.”
장난인 걸 눈치챈 건지 뭔지
잠시 눈을 떴다가 감으면서도 아무 말이 없길래
놀란 척하며 오빠의 이불을 들췄다.
“오빠 내가 통화하는 거 들었어?
어디까지 들었어?”
잠이 살짝 깨서 칭얼대더니 아예 돌아눕는 오빠다.
지금은 부인에 대한 배신감보다는
쏟아지는 잠이 더 급한가 보다.
어쩔 수 없다, 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앞으로 한 3주 정도는 혼신의 연기를 더 펼쳐야겠다.
눈이 똥그래져서 놀랐다가
사실을 알고 어이없어하는 오빠를 상상해 본다.
벌써 가슴이 흐뭇-하다.
어이 형씨,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