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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Sep 26. 2024

배우자의 조건

뭐가 중요할까?

오빠와 산책을 하다 이런 주제가 나왔다. 여자들이 결혼을 할 때 본능적으로 고려하게 되는 세 가지 조건은 무엇일까. 일단 '조건'이라 한정 지은 만큼 사랑, 신뢰, 성격(인품)과 같은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전제는 이 글에선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치열한 토론(?) 끝에 우리는 여성들이 주로 언급하는 경제력, 지능, 피지컬을 꼽았다. 그럼 이 중에 가장 선순위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아래는 남편과 이에 대해 나눈 대화다.

잇-나는 지능이 가장 1순위가 된다고 생각해. 다른 애들이(경제력, 피지컬) 후순위인 이유를 하나씩 말해볼게. 일단 피지컬은 가장 후순위야. 우리가 원시 시대를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매머드를 잡거나 다른 부족과 싸울 걱정도 없는 세상에서 피지컬은 제일 쓸데가리(?) 없는 조건이야. 건강과 체력을 위해 적당한 근육만 있으면 돼. 원시인이면 인정. 근데 잘생긴 건 좋아. 오빠가 잘생겨서 그런지, 하지만 이건 취향의 차이지 결혼에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

남-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그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네. 그럼 경제력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부분이잖아. 여성들이 안락한 가정생활을 위해 경제력이 좋은 남성을 택하는 건 본능이 아닐까?

잇-경제력은 물론 중요해. 하지만 돈이 많다는 건 진짜 그 사람이 사업을 잘하거나 능력이 좋아서 일 수도 있지만, 이는 고지능을 우선적으로 필요로 하는 일이야. 경제력이 좋다는 것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어. 오로지 운에 의해 쌓은 부일 수도 있고, 지속하기 어려울 만큼의 일시의 노력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 왜 그런 거 있잖아, 폭발적이고 한시적으로 체력과 시간을 다 갈아 넣어서 떼돈을 버는 거. 그런 건 오래갈 수 없지. 우리 인생은 단기 마라톤이 아니라 장기 마라톤이니까.

남-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으로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이 정말 공부를 많이 하고 그 지식을 잘 활용해서 돈을 번 건지, 운에 의한 건지는 모를 일이지. 초반 몇 번은 성공할 수 있을지언정 반복할수록 실력의 한계는 반드시 드러나거든. 이런 점에서 지능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두드러지는구나.

잇-맞아. 또 부의 세습으로 돈이 많은 사람도 있지만, 이 또한 그 사람의 능력이 아닌 부모가 이룬 부의 축적일 뿐이야. 지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금세 잃을 수도 있는 노릇이지. 또 수익 극대화는 물론이고 벌어놓은 돈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지능이 꼭 필요하다고 봐. 이런 근거만 생각하다 보면 '그러면 결국 지능보다는 경제력이 더 중요한 거 아냐?'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 하지만 경제력을 높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행복하고 안전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도 지능이 가장 중요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안락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리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어떻게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지능을 필요로 하는 순간은 늘 존재해.

남-맞아. 지금 상황을 고려하며 미래를 위해 지혜롭게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한 것 같아. 그리고 지능에는 여러 요소가 포함되어야 해. 이를 테면 고지능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 말이야. 세상에 머리가 좋은 사람은 정말 많아, 하지만 뇌를 계속해서 써먹고 발전시키려는 사람은 많지 않지. 노력, 성실함, 겸손한 태도와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자세도 지능에 포함할 수 있지 않을까?

잇-아.. 맞아. 이번에 더 커뮤니티 보면서 세상에 정말 똑똑한데 노력까지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싶었어. 그 노력이나 겸손함까지 포함하는 게 결국 지능일 수도 있겠다. 근데 이렇게 되면 지능의 범위가 너무 넓어지나 싶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인성에 포함되어야 할 부분이려나? 이건 더 생각해 보면 좋겠다. 다음에 더 이야기 나눠 보자. 너무 재밌는 대화였다, 그치! 덕분에 너무 즐거운 산책이 됐어!! ㅎㅎ

오빠와 산책을 마치고 곰곰이 생각해 보건대, 대화가 잘 통하는 것도 세 조건 안에 넣어야 할 것 같다. 뭐 사실, 평생을 함께 해야 할 상대를 결정하는 데에 단 세 가지만 중요하다고 보는 게 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겠지. 아무튼 이런 대화가 정말 재밌는 걸 보면 내게 ENTP의 피도 흐르는 게 맞는 것 같다. 한편 오빠도 이런 이야기를 즐기니 얼마나 다행인가. 어느 땐 나보다 더 흥미롭게 참여하는 오빠다. 배우자 조건의 일반화 이전에.. 일단 우리는 찰떡궁합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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