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회의
많이 먹고 산책하는 길. 오빠와 걸음을 맞춰 여기저기를 걸었다. 우리는 탐험하듯 새로운 길로 다니는 걸 좋아하므로 오늘도 처음 가보는 곳으로 향했다.
새로 생긴 가게, 사라진 가게, 장사가 잘 될지 왠지 걱정되는 가게, 장사가 잘 돼서 얼마나 버는지 궁금해지는 가게, 맛있는 가게, 맛있어 보여서 가보고 싶은 가게, 요즘 하는 고민, 요즘 푹 빠진 것들에 대해서 이야길 나눴다. 문득 우리가 너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오빠에게 몸을 휙 돌려 오른팔을 들이밀며 외쳤다.
“천생!”
오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빛의 속도로 제 오른팔을 꺼냈다.
“연분!”
“ㅋㅋㅋㅋㅋ 이 뒤에 뭐라 할까? 규니! 비니! 할 수! 있다! 얍얍얍(6년 전 만든 우리의 구호)처럼”
“호호호 어때??”
“호호호? ㅋㅋㅋㅋㅋㅋㅋㅋ 동작은? ‘천생’ ‘연분’이랑 똑같이 팔목 크로스 할까 세 번?”
내 말대로 몇 번 맞추어 보는데,
오빠가 장난치고 싶었는지 자꾸 세게 해서
전완근이 아픈 것 같았다.
“아잇 팔 아파. 이거 말고. 바꾸자.”
내 제안에 오빠는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아래의 동작을 했다.
마셔라 마셔라 할 때 쓰는 동작을
“호호”에 맞게 한 뒤
마지막 “호”에 서로의 손뼉을 마주 보고 치는 거다.
같이 해보니 나름 동작도 간결하고 재밌어서
이걸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나는 한번 무언갈 정하면
여러 번 해보면서 익숙해지는 느낌을 좋아해서
오빠에게 자꾸만 천생! 을 외쳤다.
그러다 오빠가 느닷없이 마지막 동작을 바꿨다.
별안간 짓는 장꾸 표정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귀여워서 앵콜을 요청했더니
자랑스레 보여주는 오빠였다.
덕분에 나도 금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 동작은 화려한 상체에 홀려
발끝 엣지를 못 보고 놓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실은 제일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발끝이다.
팔을 내린 쪽 다리를 뻗어 뒤꿈치를 들어야 한다.
그렇게 <천생연분 호호호> 동작이 완성되었고
우리는 산책하는 내내 길을 걷다가도
주저 없이 동작을 선보였다.
그저 둘만의 세상, 오직 둘만의 세계.
우리만의 천생연분 무대,
우리만의 호호호 쇼케이스.
무슨 별일이라고 이렇게 신나고 이렇게 즐거운지.
바보 같은 제안에도 바보처럼 응수해 주는 오빠가,
언제나 내 하루를 가득 채워주는 오빠가,
너무나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