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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Oct 24. 2024

매트리스 사이에서

너와 나 사이의 협곡

우리 부부는 결혼을 하며 침대를 살까, 하다가 굳이 사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격투기 놀이(19금 아님. 진짜 격투기임)를 하는 우리라 매트리스를 쓰는 게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매트리스 두 개를 펼쳐놓고 살면 웃지 못할 광경이 종종 연출된다. 이를테면 오늘 밤 오빠가 <잠들기 전 이야기 시간>을 하자며 내게 가까워지는 중에, 그만 매트리스 사이에 발을 떨궜다. 둘 사이에서는 ‘계곡’이라고 부르는 틈이었다. 나도 몇 번 떨어져 봤는데 실상 10cm도 안 되는 그 계곡은, 내가 피해자일 땐 그랜드캐년과 맞먹는다.

쿵 소리와 함께 악! 하며 3초 아파하고 3분은 웃던 오빠. 그 개구진 표정이 인상에 남아 벌써 잠든 오빠를 옆에 두고도 30분은 기분이 좋은 나. 매일이 기억하고픈 추억이 되고, 아침이면 밤새 못 본 터라 반갑고, 저녁이면 잘 밤이라 애틋한. 너와 내가 켜켜이 쌓는 소중한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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