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엄마 눈엔 그저 최고인 못된딸내미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나를 다른 누군가 비교하지 않았던것 같다. 그 흔한 "누구는 공부를 잘한다는데" 같은 말씀도 하신적이 없는것 같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기억을 못한다는건 엄마가 하셨더라도 그 빈도나 강도가 쎄지 않았다는걸 이야기하는 거겠지.
언제나 우리 공주, 우리 딸, 잘한다, 최고다, 이쁘다~! 하셨다. 그래. 우리엄마는 그랬다.
엄마와 몇 십년 만에 목욕탕에 갔다. 함께 목욕탕을 가게된 계기도 참...부끄럽지만 우리 아들 덕분이다. 서우는 찜질방에 가고 싶다고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함께 가고싶다고 했다. 솔직히 나는 어떻게 해야될지 고민스러웠다. 스파와 찜질방이 같이 있는 곳인데 어른 1인 기준 20,000원이다. 남편과 나, 엄마 아빠를 모시고 가면 5명 입장비만 10만원이다. 거기에 가서 간식먹고 밥까지 먹으면 20만원은 족히 나간다. 선뜻 남편한테도 엄마아빠를 모시고 가자고 부추겨 말도 못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시간을 꽤 보내버렸고 금요일 밤 서우가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토요일에 같이 찜질방 가자며 집으로 오시라고 했다. 근데 오늘 1시가 넘어도 엄마아빠가 안오셔서 전화를 드렸다. 엄마아빠는 서우에게 할미할비랑은 다음에 가자하셨지만 서우는 할미할비를 기다렸고, 내가 전화를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엄마아빠도 눈치를 보시다가 못오신거 같았다. 지금이라도 오시라고 하고 챙겨서 찜질방을 가게 된거다. 내가 오시라고 안해서,,, 엄마아빠도 요즘 찜질방 가격이 비싸다는건 알고 계시니 부담될까 안오신거였다. 마음이 너무 속상했다. 자주도 아니고 찜질방을 뭐 그리 자주 갈것도 아닌데 그게 뭐라고 그리 고민을 했는지 내 자신이 조금 형편없단 생각도 들었다. 현실적인걸 생각 안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돈이 뭐라고....
여튼!그랬다. 그렇게 서우덕분에 엄마아빠를 모시고 찜질방에 왔고, 몇 십년만에 난 엄마와 목욕을 했다.
우리엄마는 아직도 뽀얗고, 피부가 좋았다. 볼록볼록 살들이 엄마를 힘들게 하는것 같이 보여 미웠지만 엄마에게 오늘은 살빼라는 잔소리는 안해야지 하며 입을 꾹 닫았다. 평소에 등을 밀 수가 없을테니 등에서는 때가 한가득 나왔고, 너무 많이 밀면 엄마의 고운 살이 따가울까 조금만 밀어드렸다. 같이 뜨끈에 탕에 앉아 이야기도 하고, 은근 행복해하는 엄마를 보며 내심 나도 행복해졌다. 목욕탕에 사람이 많아 자리가 없어 한자리에서 오손도손 엄마는 앉고 나는 서서 씻었다. 그러다가 엄마가 툭, 내뱉었다.
"우리 딸, 애도 낳았는데 몸매가 아직 살아있네~아무리 둘러봐도 니처럼 쭉빠진 몸매가 한명도 없다~
최고로 이쁘네 우리딸이"
난 괜히 멋적어서 뱃살을 움켜지며
"나도 근데 나이드니까 이 뱃살은 운동안하면 바로 표가나는데 뭐~" 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내가 뭘 해도 엄마는 , 엄마 눈에는 그저 이쁘고, 최고인 딸이였다.
그동안 서로, 아니, 내가 내 자식 키우느라, 살림하느라, 그놈의 돈이 뭔지 돈에 신경쓰느라 엄마와 많은 감정을 주고 받지 못했었다. 자주 엄마아빠를 모시고 여행을 다니고 시간을 보내지만 그 시간들도 대부분은 내 아들 서우가 할미할비를 찾아서였다. 그래서 엄마는 서우에게 늘 고맙다하신다. 서우덕분에 사랑하는 딸도 볼수있을테니 말이다. 이 마음을 오늘 깨달았다.
그냥 외손주가 보고싶어서 그러시겠지 했었는데 아니었다. 엄마는 언제나 엄마딸인 내가 먼저였는데 말이다.
엄마 눈엔 평생 콩깍지인 엄마 딸이 최고인데 말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분기별로 한번씩은 엄마와 목욕탕에 가야겠다. 우리엄마 등에 때가 칼국수가 되기전에 ^^
오늘 지출은 컸지만 ㅎㅎㅎㅎ 꽤, 아니 아주 행복한 하루였다.
엄마, 고마워. 못난 딸 항상 최고로 이쁘다해줘서!
근데, 사실 나한테도 엄마가 최고로 이뻐! 언젠가 이 말을 엄마한테 직접 해줄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