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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dip Nov 17. 2024

어른_에 대한 흥미진진한 에피소드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어릴 적에는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면 ‘어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어릴 적에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면 ‘어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사유해 보니 나도 몰랐던 나의 생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늘은 어른에 대한 작가와 독자들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첫 번째 에피소드,

겨르로이 작가 <어른이란>


어릴 적에는 어른이 되고 싶어 했지만, 정작 어른이 된 후에는 그 단어를 거의 입에 올리지 않게 되었다. 대신 ‘성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성인과 어른은 비슷한 의미처럼 보이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민법 제4조에 따르면 만 19세가 되면 성인으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나는 성인이다. ‘어른’이란 단어는 다 자란 사람, 혹은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른일까? 최근의 에피소드를 통해 내가 느낀 어른의 특징을 이야기해 본다.


최근 학원 매니저로 잠깐 일한 적이 있었다. 학원에는 고등학생들과 성인 재수생들이 섞여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트러블이 잦았던 학생들은 20대 초반의 성인 재수생들이었다. 이들은 반항적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모르는 것이 있어도 물어보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행동했고, 타인을 배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우리 학원은 수업이 시작되면 중간 입실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몇몇 학생들은 이 규칙을 어기고 몰래 입실하려 했다. 미성년자 학생들은 규칙을 위반하면 "그럼 이제 어떻게 되나요?"라며 자신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묻는 반면, 성인 재수생들은 "그래서요? 벌점 받으면 되잖아요."라며 책임을 당당하게 감수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는 게 가장 큰 골칫덩이였다.


어느 날 학생이 무단 입실을 하려 하자 이를 제지했다. 


"수업이 이미 시작돼서 입실이 불가능합니다. 다음 교시까지 라운지를 이용해 주세요."


"지금 공부할 게 아무것도 없는데요?"


"학원 규칙을 아시잖아요. 중간 입실은 불가능합니다. 원하시면 모의고사 문제 프린트를 드릴 수 있어요."


"다른 매니저님은 들어가게 해주셨는데요?"


"누가요…?"


“그냥 실장님이랑 이야기 할게요.” 


로비에서 실장님과 이야기는 나누던 중 학생이 갑작스럽게 가방을 바닥에 내던졌다.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해 씩씩거리며 날카롭게 우리를 노려보자, 실장님은 학생을 상담실로 조용히 데리고 갔다. 한참 후 상담을 마치고 나온 실장님은 다소 해탈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으세요?”


“네, 잘 해결했어요. 재수생들이 성인이기는 하지만 아직 어린 학생들과 다를 바가 없어요. 자기 논리가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지적받으면 오히려 화를 내죠. 이럴 때는 아이처럼 달래주는 것이 좋아요. 공부하느라 얼마나 힘들겠어요.” 


또 다른 날에는 한 학생이 나를 찾아와 화를 내며 말했다.


"매니저님, 제 좌석 주변에 기싸움이 심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없어요. 누가 잡음을 내면 다른 사람이 시끄럽다고 경고하듯이 컵을 쾅 내려치는데, 그러면 또 다른 학생이 대응하듯 쿵거려요.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도 개선이 안 되고 있잖아요. 제가 돈 내고 다니는—” 


나는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사과하며 자리 변경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학생은 계속해서 화를 내며 말을 반복했지만, 나는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집중하지 못해 속상했을 학생의 마음이 안타까웠고, 차분하게 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었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 그 학생이 다시 나를 찾아와 초코바를 건네며 말했다. 


"지난주에는 죄송했어요. 매니저님께 화를 낼 일이 아니었는데, 제 기분이 태도로 드러나버렸어요.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게 행동해선 안 되는데, 죄송합니다.” 


진심이 담긴 사과에 나는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 이 말을 하기까지 학생은 혼자서 얼마나 자책했을까? 우리는 웃으며 초코바를 나누어 먹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어른처럼 행동했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 학생도 분명 좋은 어른이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란, 넓은 포용력을 가진 사람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며 논쟁에서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너그럽게 감싸고 받아들이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될지 나도 궁금하다. 허나 하나 확실 한 건 동심 가득한 어른이 될 것이다.


어른이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각자가 생각하는 어른의 모습은 다를 것이다. 자신이 어른이라고 느낀 적이 있는가? 오늘은 겨르로이 어른에 대한 깊은 시선으로 사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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