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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dip Dec 07. 2024

마케터에게 필요한 것들

나를 찾아야 할 시간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ME’ 나 자신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가? 이 질문에 누군가는 “네가 너를 모르냐?”라고 비아냥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케터라는 직업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늘 고객의 입장에서 사고하며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라는 사람은 희미해지고, 내 안에 수많은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상황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 같은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는 본연의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만약 나를 잊어버리고 수많은 캐릭터만 남는다면, 속 빈 깡통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한때 무엇이든 흡수하는 흰색 스펀지 같은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좋은 사회 초년생으로 보일지 몰라도, 실상 흰색 스펀지는 좋은 색과 좋지 않은 색을 구별하지 못하고 다 빨아들여 흡수한다. 한 번은 누군가의 나쁜 습관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한 적이 있다. 다행히 한 팀원이 다정하면서도 단호하게 지적해 주었고, 그제야 깨달았다. 나만의 컬러가 있었다면 좋은 것은 조화롭게, 나쁜 것은 금방 씻어냈을 텐데라고.


  그래서 주말에는 본격적으로 나를 찾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혼자 여행을 가고, 원데이 클래스를 듣고, 내향적인 성격을 극복하며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석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나씩 도전했다.  그렇게 차츰 나를 알아갔다. 이제는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알게 되니, 다른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누군가 좋아하더라도, 함께 노력하며 조화를 이룰 힘도 생겼다. 나를 아는 것, 그것은 마케터에게 새로운 힘이 된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경험들은 나에게 좋은 인풋이 된다. 인스타그램에서 누군가 나에게 "영감을 얻는 방법"을 물어본 적이 있다. 나의 영감은 크게 세 가지 방법에서 온다. 첫째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는 것, 둘째는 문화생활을 즐기고 이를 기록하는 것, 셋째는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영감은 억지로  찾아다녀봤자 깊이를 음미할 수 없어 수박 겉핥기일 뿐이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인풋이야말로 좋은 영감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나는 인풋을 글로 기록하기 위해 마케팅 계정을 만들었다.

 

  브랜딩과 기획 과정만 약 두 달이 걸렸던 것 같다. ‘이러다 정말 한 해가 다 지나가겠구나’ 싶어 결국 첫 게시물을 올리고, 차근차근 계정을 발전시키기로 했다. 닉네임은 ‘모딥 modip’. ‘깊이 생각하는 관점’을 키우기 위해 more deep thinking을 줄인 이름이다.


  모딥 계정에서는 나만의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다루고 싶어 장문의 글을 작성하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하기’, ‘~만 해보세요’, ‘~하는 3가지’ 같은 단순한 정보형 콘텐츠는 지양한다. 대신,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실행했으며,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에 초점을 맞춘 나만의 경험담을 담아내고자 한다. 그런 글을 쓰다 보면, 나 또한 그 과정을 되돌아보게 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 좋다.


   썸네일 디자인은 나의 취미인 사진 실력을 살려 매거진 스타일로 제작했다. 글에 진정성을 담은 덕분인지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계정을 운영한 지 두세 달 만에 팔로워가 500명을 넘어섰고, 많은 마케터들이 내 콘텐츠를 좋아해 주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주 1~2회 인사이트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마케터로서 나의 이름이 점차 알려지고 있음을 느끼며 열정과 동기를 얻고 있다.


  계정을 운영한지 2년 차가 되어가는 지금은 방향성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앞으로도 어떻게 더 바뀔지 고민하고 있는데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는 절대 놓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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