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케팅 계정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
모딥 계정을 만든 이후로, 야근이 없는 날에는 늘 카페에 앉아 글을 썼다. 그동안의 일을 회고하며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들을 되돌아보는 나만의 기록은 지인들조차 모르는, 마케터로서의 감정을 담은 비밀스러운 금고와 같았다.
오늘은 몇 안 되는 칼퇴를 한 날. 어김없이 같은 카페, 같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어제 못다 쓴 글을 마무리해 업로드를 완료하자마자 알림이 울렸다.
“some.note1님이 회원님에게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 모딥님 안녕하세요! 지금까지 올려두신 글 정독했습니다!”
메세지를 보낸 사람은 팔로워 2.5천 명을 보유한 인스타그래머였다. 팔로워 200명 남짓인 내 계정의 모든 글을 읽어주셨다니, 믿기지 않을 만큼 감격스러웠다.
“혹시 커피챗 신청 가능할까요? 저도 마케팅 비전공자로서 마케터 직무를 희망하는데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싶어요”
마케터가 되기 위해 SNS 계정 운영 경험은 더할 나위 없는 스펙이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마케터도 여러 분야가 있기에 관심 분야가 무엇이고, 어떤 산업 마케터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성장 커리어 플로우도 고민을 해야 한다.
처음 받아본 커피챗 요청에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채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다행히 나의 카페 투어 취미 덕분에 대화를 나누기 좋은 카페를 잘 알고 있었고, 익숙한 공간에 긴장감을 덜했다. 상대는 나와 비슷한 연령대였고, 관심사도 비슷해 금방 말이 통했다. 대화 도중 서로의 마케팅 가치관이 같다는 걸 알게 되며 한층 더 깊은 공감을 나눴다. 나는 마케터를 브랜드와 사람을 연결해 주는 다리라고 생각하며, 어그로를 끄는 마케팅은 지양하는 편인데 그 역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편안한 태도 덕분에 어느새 낯가림은 완전히 사라졌고, 대화가 깊어질수록 나도 모르게 내 고민까지 털어놓게 되었다. 카페에서 시작된 만남은 서점으로 이어졌고, 서로에게 책을 추천하며 한층 더 가까워졌다.
같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큰 행운이다. 특히 N잡, 다양한 부캐릭터가 많은 요즘에는 이런 관계가 더욱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만남 이후로도 우리는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존재가 되어주었다.
어느 날, 그가 마케터 모임에 나를 초대해 주었다. 8명의 마케터가 모인 자리에서 내 옆에 앉은 한 남성이 나를 보며 화들짝 놀랐다.
“어! 모딥님이세요?”
알고 보니 그는 내 인스타그램 팔로워였고, 나 역시 그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었다.
“워드마케터님이시라구요? 너무 반가워요. 아니 너무 신기하네요. 여기서 만나다니!”
SNS에서 알고 지낸 인친을 오프라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 또한 굉장한 인연임이 틀림없다.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원도, 제주도라는 먼 거리임에도 이렇게 친해진 까닥은 비슷한 나이 또래에 같은 고민과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아마 내가 모딥 인스타그램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 앞으로도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