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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금요일] 서울과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

시간을 붙잡는 법을 발견했다.

by modip


강릉의 시간은 서울보다 느리게 흘러간다. 서울에서는 매일이 아쉬웠는데, 이곳에서의 하루는 아쉽지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만 바라보고, 잠들기 전 10분 스트레칭만으로도 하루가 충만하게 느껴진다.


서울에서는 카페에서 4시간 일하는 것도 부족하고 치열한데, 이곳에서는 늦은 5시쯤 밖에 나와 바다 구경을 하고, 카페에서 책 읽고, 글 쓰는 4시간이 여유롭고, 뿌듯한 하루를 보낸 것 같이 알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면 후회로만 가득한데, 이곳에서는 밖에 잠깐 나간 것만으로도 행복한 하루가 된다. 침대에서 핸드폰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나 싶어 시간을 보면 1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고, 바닷가에 앉아 파도를 멍하니 아무리 오래 바라봐도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지루해서 시간이 느리게 간 것이 아니다. 몸속 세포 하나하나가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있기에 짧은 시간도 풍요로운 것이다.



여기선 달리는 사람도, 큰소리로 말하는 사람도, 시끄러운 소리이나 빠르게 달리는 차들도 없다. 마치 모든 것들이 0.5배속 한 것 같이 느긋하게 내 앞을 지나간다. 시야에 보이는 것들이 빠를수록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느리게 움직이면 나의 시간도 느리게 흘러간다는 법칙을 발견했다. 그렇게 나는 시간을 붙잡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면 내가 느끼는 것들이 더 잘 느껴진다. 수면으로 늘어지는 몸의 느긋함, 깨부서지는 파도의 시원한 쾌감, 맛있는 디저트의 맛, 노을 지는 풍경의 아름다움들. 그렇다 보니 정의하지 못한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명치끝에서 차올라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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