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쩌다 보니 동유럽 #16

슬로바키아 : 브라티슬라바

by 거북이

프라하를 떠나기 전날 저는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물론 굳이 떠나지 않고 프라하에 머물면서 좀 더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첫 유럽 여행인 만큼 좀 더 돌아다니고 싶었습니다. 많은 블로그를 뒤져보다가 선택한 곳은 바로 부다페스트였습니다. 그런데... 그냥 가면 또 좀 아쉽지 않겠습니까. 결국 가는 길에 도시 하나를 경유해서 가기로 했고, 그 도시가 바로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였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기차를 타고 브라티슬라바로 향하는 길은 상쾌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의 풍경은 하얀 눈으로 덮인 초원으로 바뀌었고, 서서히 밝아지는 모습도 멋있었습니다. 도착 후 짐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우산 하나,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무작성 역을 나왔습니다. 역을 나오자 거리에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고, 눈 내리는 유럽의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습니다. 우산을 쓰고 거리를 걷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좋은 느낌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눈이... 와, 정말 눈이 너무 많이 내리니까 점점 버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역에서 성까지 걸어서 30분이라길래 '그 정도쯤이야.' 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쓰나 마나 한 우선을 손에 쥔 채 눈에 젖고, 땀에 젖은 채로 힘겹게 걷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성이 언덕 위에 있는 건 당연한 일인데, 왜 언덕 위에 있는지 원망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눈과 땀으로 젖은 몸을 이끌고 우여곡절 끝에 성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추워서 그런지 얼른 들어가 눈도 피할 겸 성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성 내부의 전시물들은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게 없었습니다. 그전에 방문했던 뷔르츠 부르크 성 내부 전시가 인상이 커서 그런지 뭔가 크게 인상에 남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성 지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선 성의 지하를 가본 적이 처음이기도 했고, 괜히 성 지하라고 하니까 뭔가 어두운 일이 한 번쯤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 해봤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방문을 안 하는 곳인지 좀 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거기서 사진도 찍으면서 돌아다녔지만 말이죠.

2017-11-30-11-09-13.jpg

성을 구경 후에는 바로 점심부터 먹으러 갔습니다. 가는 길에 마을을 지나치기도 했는데, 눈이 심하게 내리는 날씨라 그런지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식당에 도착해 스테이크 주문을 한 뒤 혼자 멍 때리던 중 한국어를 듣게 되었습니다. 반가움에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한국이 세 분과 눈이 마주치게 됐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세 분과 합석하여 점심을 같이 먹게 되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들어보니 세 사람 모두 동행은 아니고 '유랑 카페'를 통해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여행에 대한 정보 공유와 오후에 관광지 한 곳을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갑작스러운 파티가 생겨 조금 당황했지만, 사진 찍어줄 사람이 생겼다고 생각하며 같이 '파란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물론 실제 이름은 '성 엘리사벳 성당'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직접 가서 보니 왜 '파란 성당'으로 알려져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말 그대로 정말 파~~~ 아란 성당이었습니다. 근데 색감이 너무 예쁘고, 외부 무늬도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문을 안 열어서 저는 외부 구경은 못했지만 외부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구경할만한 성당이었습니다.

성당까지 구경 후 저는 갑작스러운 파티와 헤어진 후 부다페스트로 가기 위해 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눈보라 몰아치는데... 진짜 그냥 브라티슬라바에서 1 박할까 하는 마음이 솟구쳤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차피 짐도 역에 있어서.... 아, 그리고 역으로 향하는 길에 삼성 핸드폰 광고를 봤는데 뭔가 외국에서 한국 기업의 광고를 보니까 참 좋더라고요. 뭐랄까 이유 없는 뿌듯함(?)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눈 때문에 힘들기는 했지만 막판에 얻은 뿌듯함으로 짧은 브라티슬라바 관광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keyword
월, 화, 목, 금 연재
이전 17화어쩌다 보니 동유럽 #번외